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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중국 업체와의 경쟁 피해 배터리 사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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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중국 업체와의 경쟁 피해 배터리 사업 강화

한국 액정 관련 산업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액정 관련 산업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
한국 소재 대기업 LG화학이 액정패널 부품 사업에서 철수한다. 패널 보호필름 국내 공장 2곳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고 일본경제신문 닛케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의 TV용 액정 생산 철수로 관련 부품 공급업체들의 사업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소재 분야에서도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LG화학은 매각 자금을 배터리 소재 등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

LG화학은 LCD 부품 사업에서 철수하기 위해 한국 중부 청주공장과 오창공장의 디스플레이용 필름 생산을 중단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8월 말 공장 직원들에게 사업 중단을 알린 LG화학은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필름은 디스플레이 내부에서 빛을 조절해 영상을 더 선명하게 비추고, 내부의 섬세한 부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의 매출은 수백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중국 경쟁업체들의 부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다.

LG화학은 그룹사인 LG디스플레이(LGD)와 한국 삼성전자에 오랫동안 액정용 필름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삼성이 액정 생산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LG디스플레이도 국내 TV용 액정 생산을 중단하면서 주요 공급자였던 LG화학은 관련 부품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LC디스플레이 부품은 철수하지만, 삼성과 LG디스플레이의 한국 2사가 여전히 8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OLED 패널용 발광재료 등은 계속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액정 패널에서 일본을 추월한 2000년대에는 LG화학도 액정부품을 성장사업으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중국 패널업체들의 부상으로 공급량이 감소했다. LG화학은 2020년 LCD 부품인 '편광판'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중국 부품업체인 삼상(三相)그룹에 11억 달러(약 1조4692억 원)에 매각했다. 중국 난징시와 광저우시에 있는 편광판 공장도 양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LG화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주요 부품업체인 미국 코닝과 일본 AGC도 전방산업인 삼성과 LG디스플레이의 생산축소로 인해 생산품목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생산능력(면적 기준)에서 중국은 2017년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2023년 기준 한국의 8배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패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폰용 패널로 전환한 것도 한몫했다. 패널 크기가 작아지면서 공급업체 측의 부품 출하량도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열세에 놓인 국내 소재기업들은 성장을 전기차(EV)용 배터리에 맡기고 있다. LG화학은 2000년대부터 차량용 배터리의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을 지속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2위의 차량용 배터리 업체로 키웠다.

지난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연결 실적에서 매출의 49%, 영업이익의 41%를 벌어들이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상장한 LG화학의 다음 주력 분야는 양극재 등 전지소재로, 2030년 이 사업 매출을 30조 원으로 2022년 실적의 6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신학철 CEO(최고경영자)는 "핵심 사업 중심축을 옮겨 어떤 경영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 체질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이번 액정소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한국과 미국에서의 배터리 소재 증산 투자에 투입한다.

한국의 액정 산업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소재 개발 등 상류 산업 집적화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9월 초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국제회의에서 중국 정부 직속 최고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우양종찬 원장은 "디스플레이 '강국'에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혁신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액정패널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산업 규모에서 세계 전체의 36%를 차지하며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서는 소재까지 포함한 공급망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LG화학의 편광판 사업을 인수한 쓰리스지 그룹으로, 2023년 6월 장쑤성에서 신공장을 가동하고 쓰촨성에도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30% 정도인 세계 점유율을 향후 50%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OLED용 장비와 소재를 생산하는 지린오라이덕광전소재(吉林奥来徳光電)는 지난 8월 지린성 창춘시에 약 7억 위안(약 1279억 원)을 투자해 소재 공장 등을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패널 제조업체에 대한 공급 확대를 노린다.

액정 세계 최대 기업인 BOE도 충칭시에 일본 HOYA와 합작으로 포토마스크(회로 원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BOE는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액정 최대 기업이 적극적으로 국산 부재를 조달함으로써 중국 상류 산업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