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릴십 재매각 관련 국제소송에 휘말렸던 한화오션이 소송전에서 승소하며 1215억원 규모의 선수금을 반환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2013년 7월, 한화오션은 미주의 선주 씨드릴(Seadrill)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이 드릴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해양시추선으로, 당시 계약금액은 약 1조25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씨드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이로 인해 씨드릴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었고, 2015년에 계약을 해지하였다. 이로 인해 한화오션은 선수금 2억2000만 달러(계약금의 20%)를 몰수하였고 또한, 드릴십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2018년 5월, 한화오션은 노르웨이의 노던드릴링(Northern Drilling)과 신조 중인 7세대 드릴십 ‘웨스트 아퀼라(West Aquila)’호와 ‘웨스트 리브라(West Libra)’호 2척을 총 6억 달러(약 8,118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노던드릴링은 9000만 달러(약1215억원) 의 선수금을 지불했다.
노던드릴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소유한 시추선 투자회사다.
2021년 1월과 3월, 한화오션은 드릴십을 노던드릴링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은 인도 일정에 어느 정도의 유예를 두기로 합의했다.
2021년 8월과 10월, 노던드릴링은 계약을 취소하고 한화오션에 지급한 선수금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노던드릴링은 한화오션의 계약 위반으로 매입이 불발된 만큼 선금 환불 등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던드릴링은 "1억8000만 달러(약 2244억원)를 선수금을 돌려받고 지급된 할부금에 이자와 손해배상금을 한화오션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노던드릴링은 중재 소송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주식 공모를 통해 1000만 달러(약 125억원)를 조달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측은 노던드릴링 측이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없고 따라서 선수금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재법원은 한화오션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주의 계약해지 권리와 선수금 반환 권리가 없다고 판정했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선수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며, 이자와 손해배상금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노던드릴링 관계자는 "재판소 결정에 실망했으며 항소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항소여부가 결정되면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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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한화오션은 대우조선 인수 때 생긴 부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드릴십은 성능과 안전성이 우수하며,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고사양이다”라며 “노던드릴링과의 계약 취소가 아니라면 이미 매각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드릴십은 7세대 고사양으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시추할 수 있는 해양시추선으로 최대 12km의 심해에서 약 3.6km까지 시추가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이다. 또한 유정에서 원유가 분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폭발방지장치(BOP, Blow Out Preventer)가 2개 장착되어 있다. 이는 환경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드릴십은 시추설비를 2중으로 구성하는 듀얼데릭(Dual Derrick)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웨스트 아퀼라’호는 한화오션이 건조한 드릴십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에 프레데릭 몬이 미국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2억달러에 매입하였다. 프레데릭 몬은 매입 직후에 이 드릴십을 미국의 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에 다시 매각하였다. 그러나 이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노던드릴링과의 드릴십 재매각 계약 분쟁에서 승소하며 4100억원 규모의 재고 드릴십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