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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장인화 시대 개막-5‧끝] 포스코 정체성 ‘제철보세’로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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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장인화 시대 개막-5‧끝] 포스코 정체성 ‘제철보세’로 확장해야

박태준 명예회장, 주청 정신 ‘제철보국(製鐵保國‧)’ 통해
포스코 한국 산업‧사회 발전 기여하며 ‘국민기업’으로 불러
내부서 정신적 유산 청산 움직임 보이며 이해관계자와 마찰
설립정신 발전시켜 ‘위대한 기업’ 위한 정체성 재정립 필요

포스코그룹이 오는 21일 장인화 후보를 새 회장으로 선임하고 새롭게 출발한다. 현재 철강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에 처했으며, 신수종 사업인 이차전지도 시황이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장 후보가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 회장 선임을 앞두고 그가 향후 포스코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1. ‘자랑스러운 포스코’를 재건한다
2. 모태사업 ‘철강’ 경쟁력 강화한다
3. 이차전지 ‘컨트롤 타워’ 세워야
4. 계열사와 ‘세계화’ 재추진 필요
5. 기업문화 ‘製鐵保世’로 진화한다
지난 2011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오른쪽)이 포항 효자동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에서 ‘동지’라고 불렀던 창업 초기 직원들과 19년 만에 재회하며 악수하고 있다. 만남 후 그해 12월 13일 박 명예회장은 영면했다. 사진=포스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1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오른쪽)이 포항 효자동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에서 ‘동지’라고 불렀던 창업 초기 직원들과 19년 만에 재회하며 악수하고 있다. 만남 후 그해 12월 13일 박 명예회장은 영면했다.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가 40년 전에 황량한 영일만 모래벌판서 기술도 없고 자원도 없고 사람도 없는 가운데 ‘우향우’ 정신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신, ‘도전’ 정신을 갖고 성공한 만큼 인도네시아 제철소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글로벌 철강사로서 발돋움하는 디딤돌을 마련하겠습니다.”

2010년 10월 28일(현지 시각) 포스코 최초의 해외 고로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착공식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준양 당시 포스코그룹 회장은 건설의 의의와 포스코맨들이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우리가 해외 파트너와 협력할 때 제일 먼저 다가가는 방법이 포스코의 아이덴티티인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할 때 우리 이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반성장을 생각한다”면서, “또한 파트너에게 신뢰를 주고 이를 일관적으로 행동하니 파트너사들이 포스코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포스코 설립자인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었을 때이기도 했다. 아호인 ‘청암(靑岩)’과 함께 ‘TJ’라는 영어 별명으로도 불렸던 그는 포항제철소 건설에 임하면서 평소 ‘동지’라고 칭했던 임직원들에게 “목숨을 걸자. 실패하면 우리 모두 사무소에서 똑바로 걸어 나와 우향우한 다음 동해 바다에 몸을 던지는 거다. 아니지. 절대 실패할 수는 없다”며 일관제철소 건설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이라고 불렀다. 정 회장의 인사말은 박 명예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우향우’와 ‘도전’. ‘창조’ 정신은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포스코그룹의 사훈으로 표현됐다. 또한 박 명예회장은 모든 포스코맨들이 태생의 기원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며, 포스코를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정신적인 유산은 ‘제철 사업을 성공시켜 국가와 국민에게 보답한다’는 의미를 담은 ‘제철보국(製鐵保國‧)’으로 집약된다.

그가 바란 대로 포스코그룹은 한국을 철강 강국이자 산업 부국으로 성장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고, 포스코그룹이 벌어들인 수익은 제철소가 입지한 포항과 광양 등 지역사회를 키워냈으며, 포스텍 등 교육사업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도 기여하는 등 모든 이들과 함께 동반성장 하는 모델을 창조해 냈다.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제철보국의 범위도 확장했다. 박 명예회장은 한‧중‧일 3국의 경제, 문화, 지적 교류를 활성화해 우호 관계를 정착시키고 공동번영을 추구해 가자는 동북아시아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오래전부터 과학인재 육성과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해 온 그는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각종 사회공헌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해외가 아닌 국내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를 선발해 국내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는 포스코가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시대가 바뀌고, 외연이 확장되면서 포스코그룹 내에서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가도 그렇지만 기업은 더욱더 언제라도 망할 수 있는 숙명을 안고 있는 만큼 과거의 굴레에서 탈피하는 혁신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포스코그룹 일부에서는 이러한 유산을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부정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이로 인해 제철보국을 위해 희생했던 전직 포스코맨들에 실망감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포스코 태생지인 포항 지역사회는 물론 포스코와 궤를 함께하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교육과 동북아시아 비전 등 포스코그룹의 위상을 높여왔던 사업도 중요도와 비중이 작아지며 ‘위대한 기업’으로의 도약 대신 ‘그저 그런 일반 기업’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포스코 정체성의 재정립.’ 많은 이해관계자가 장인화 회장 후보에게 요구하는 핵심이다. 과거의 유산을 버릴 게 아니라 이를 세계화 시대에 맞춰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 전직 포스코맨은 제철보국의 범위를 ‘제철보세(製鐵保世)’로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제철로 한국 산업과 경제를 근대화했던 박 명예회장의 의지를 넓혀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국민이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포스코그룹이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