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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75)] 대형 철재조각가 리처드 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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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75)] 대형 철재조각가 리처드 세라

철재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스네이크(Snake)'. 사진=구겐하임미술관이미지 확대보기
철재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스네이크(Snake)'. 사진=구겐하임미술관
서울고 정문과 용산구 경리단 길에서는 녹슨 철 구조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녹슨 철강재는 '코르텐 스틸'이다. 미국 US스틸사가 1933년에 개발했다. 1950년대 초에 상표 등록을 마친 명품 철강재다.

코르텐 스틸은 컨테이너와 화물 차량의 부재에 주로 사용됐다. 세계적인 농기계 메이커 존디어는 1950년대에 본사 빌딩 외장과 구조재로 코르텐 스틸을 사용했다. USE 타워(US스틸 본사)의 외부 구조재와 커튼월에도 코르텐 스틸이 사용됐다. 코르텐 스틸이 교량에 처음 적용된 것은 1964년이다. 코르텐 스틸의 핵심은 녹이다. 이 녹은 일반 녹과는 다르다. 소위 '안정 녹'이라는 설명이다. 이 녹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변한다. 완전한 녹이 형성되면 더는 녹물이 흐르지 않는 진한 커피색으로 변한다. 5~6년 후에는 검은색이 된다.
건축가 정관모 씨와 승효상 씨는 코르텐 스틸을 건축물과 조형물의 소재로 썼다. C아트뮤지엄(경기도 양평군)에 설치된 폭 15m, 높이 15m의 예수 얼굴 조각상도 코르텐 스틸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 조각상은 받침대까지의 높이가 22.5m나 된다. 조각가인 정관모(성신여대 명예교수) 씨가 1년 만에 완성했다. 이 예수상은 코르텐 스틸로 만든 세계 최대의 크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도 코르텐 스틸로 조성했다. 동국제강 본사 건물에 설치된 '37.5도 아크(Arc)' 역시 코르텐 스틸이 소재로 사용됐다.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원석이 거대한 강철 구조물에 기대어 있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조형작가 베르나르 브네가 제작했다. 이 조형물의 규모는 높이 38m, 무게가 20톤이나 된다.

건축가 피에르 드 뮤론은 2007년에 화력발전소를 '카이샤 포럼(Caixa Forum)'으로 완성시켰다. 붉은 지붕을 얹은 모양 때문에 '상상력이 탁월한 건축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한 사람, 코르텐 스틸을 떡 주무르듯 한 예술가는 '리처드 세라'다. 그는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이르는 대형 조각품의 소재를 모두 코르텐 스틸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제철소와 조선소에서 배관공으로 일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세라의 작품은 너무 크고,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에 시달렸다. 1977년 카셀의 미술박람회에 세워진 '터미널(Terminal)'은 박람회가 끝난 뒤 카셀로 옮겨졌다가 다시 보훔(Bochum)시로 옮겨졌다. 높이 3.5m, 길이 35m의 '타이틀드 아크(Tilted Arc)'는 뉴욕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됐지만 출입자들이 플라자 진입을 방해한다는 민원 때문에 해체됐다.

그의 대표작 '스네이크(Snake)'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한 곳에 오래도록 전시되어 많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코르텐 스틸의 장점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작품은 스틸 조각을 포함해서 8개의 작품이 물결 모양의 길을 만들고 있다. 높이는 4m이며, 무게는 44~276톤에 이른다.

리처드 세라가 지난 26일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철강재로 만든 그의 예술품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