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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주 10년만에…페루서 꽃피우는 '중남미 K함정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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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주 10년만에…페루서 꽃피우는 '중남미 K함정 수출'

포스코인터, 2013년 대선조선과 다목적 군수지원함 2척 수주
역대 최고액 HD현대重 함정 4척‧4억6400만달러 계약도 참여
㈜STX도 2018년 경비정 2척 이어 작년 초계함 수주 성공
중남미 국가 해군 노후 함정 많아, 주변국 수출 확대 기대

HD현대중공업이 페루로부터 수주한 3400톤급 호위함(가운데), 2200톤급 원해경비함(아래), 1500톤급 상륙함(위)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이 페루로부터 수주한 3400톤급 호위함(가운데), 2200톤급 원해경비함(아래), 1500톤급 상륙함(위)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K2, K9 등 전차, FA-50 등 군용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 소식이 저조했던 함정이 중남미 페루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특히 페루는 국내 방산기업이 현지 진출 추진 10여 년 만에 수출 규모를 조원 단위를 키워 향후 중남미 대륙 인접국으로의 진출 확산도 기대된다.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로부터 3400t급 호위함 1척,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및 1500t급 상륙함 2척 등 총 4억6290만달러 규모의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시마조선소와 협력해 오는 2029년까지 이들 함정을 순차적으로 페루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의 설계, 기자재 공급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시마조선소가 최종 건조를 맡게 된다.

계약 금액은 페루는 물론 중남미 지역 방산 수출액 가운데 최고액이다. 특히 페루 해군은 앞으로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4척, 상륙함 2척 등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예정된 본계약이 체결되면 HD현대중공업은 향후 15년간 페루 해군의 전력 증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을 이어 나가게 되며, 이에 따라 후속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함정과 페루와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중형 조선사인 부산의 대선조선은 지난 2013년 HD현대중공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8000만달러 규모의 마카사르급 다목적 군수지원함 2척 건조계약을 시마조선소와 체결했다. 이는 우리 기업이 페루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첫 함정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군수지원함인 BAP 피스크(BAP Pisc)가 2017년 4월 25일에 진수되어 2018년 6월 6일 취역했다. 2022년 12월 9일에는 두 번째 함정 BAO 파이타(BAP Paita) 진수 및 명명식을 가진 뒤 취역했다.

카사르급 다목적 군수지원함은 길이 122m, 높이 56m, 드래프트 4.9m로 중량은 8400t, 표준배수량 7300t, 만재배수량은 1만1394t이다. 157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페루 해군은 지진과 쓰나미 등 재난이 잦은 페루에서 재난 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긴급구호물자 수송, 병원선 등 다목적으로 활용된다. 군수지원함인 만큼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으나, 페루 해군은 두 척을 전투에 활용하면 최대 450명의 해병 병력을 최장 30일 동안 수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선조선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주페루 한국대사관, 코트라(KOTRA) 등 정부 기관과 함께 ‘팀코리아’를 이룬 또 다른 기업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합무역상사의 장점인 현지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얻어낸 정보 덕분에 수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무역상사인 ㈜STX도 페루 함정 수출의 주역이다. ㈜STX는 지난 2018년 수주해 시마조선소에서 건조한 400t급 해상경비정 두 척, ‘밥 리오 텀브(BAP Río Tumbes)’와 ‘리오 로쿰바(Río Locumba)’함에 대한 인도식을 지난 2020년 7월 26일 개최했다.

이어 2023년 5월에는 500t급 신형 리오 파티빌카(Río Pativilca)급 해상 초계함 2척을 수주해 올해 2월부터 시마조선소에서 건조에 착수했다. ㈜STX의 계약조건 역시 기술수출로, 국내 조선소에서 기자재를 제작한 뒤 시마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건조될 해상 초계함의 함명은 ‘리오 후아르메이’와 ‘리오 네페냐’로 붙여진다.

대한민국 해군도 양국 간 협력 확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군은 퇴역한 포항급 초계함을 페루 해군에게 공여해 양국 해군간 교류 협력 확대의 길을 열었다. 2016년 경주함, 2022년 순천함을 페루 해군에 인도해 각각 ‘BAP 페레(BAP Ferre)’, ‘BAP 기세(BAP Guise)’라는 새 이름을 부여받아 페루 해역을 수호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2023년 국방 부문 예산을 전년 대비 11% 증가한 약 20억달러로 책정했으며, 이 중 약 22%는 방산 및 치안 제품 및 서비스 구매에 할당된다. 타 중남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페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부문 예산은 비교적 낮은 편이나, 향후 몇 년 동안은 관련 예산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페루는 2010년 6월 방산 군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상호 신뢰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4월 한국 국회 국방위원장이 페루에 방문하면서 방산 분야에 대한 꾸준한 협력을 약속하는 등 앞으로 한국과 페루 간 방위산업 협력이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업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 페루를 비롯한 남미 지역은 노후화된 함정이 많아 최신 함정으로의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의 이번 수주는 지역 내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