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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세 불안에 미국으로 몰려가는 국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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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세 불안에 미국으로 몰려가는 국내 기업들

반도체·배터리·차 등 현지 생산시설 건설
지리적 이점 확보·정부 보조금 혜택 노려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해 조지아 공장을 짓고 있다. 사진=SK온이미지 확대보기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해 조지아 공장을 짓고 있다. 사진=SK온
글로벌 정세 불안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대만 지진과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충돌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고객사가 많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더욱이 미국도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는 삼성전자의 고객사들이 포진해 있고, 예비고객들 역시 다양해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물류·관세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즉각적인 현장 지원과 관리 서비스를 위해 미국 내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지난 4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고,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AI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는 것도 반도체 업계 최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필요한 인재 수급부터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반도체 기업뿐만이 아니다. 배터리 업체에서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업들은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퀸쿠릭에 미국 지역 두 번째 단독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곳은 첫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으로, 원통형 배터리 36기가와트시(GWh), ESS LFP 배터리 17GWh 규모로 각각 건설될 예정이다.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서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기차(EV)용 46시리즈 배터리를, ESS 전용 배터리 공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2026년 가동 예정이다.
삼성SDI는 현재 건설 중인 합작공장 외에 북미 지역 단독 공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온도 미국에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주정부로부터 최대 92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60억 달러(약 7조9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를 받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IRA가 시행되며 제품의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원을 받아야 경쟁 모델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글로벌 최대 시장인 만큼 현지에 생산기지를 형성하는 것은 고객사와의 지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는 등 여러 이점이 존재한다"며 "이는 고객사의 의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물류 비용 등도 줄일 수 있어 큰 강점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