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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F-21 개발 인니와 결별…분담금 삭감 제안 수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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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F-21 개발 인니와 결별…분담금 삭감 제안 수용할 듯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축소, 개발 일정 맞추는 의도
인니 예산 부족 이유로 지급 늦추면서 프랑스 라팔 등 도입
잠수함 도입 때도 문제 일으켜, 국가 관계 훼손 몰상식한 행동
방사청 “KF-21 개발 순조로워 추가 부담액은 5000억원 수준”


국산 전투기 KF-21이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서 선보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국산 전투기 KF-21이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한국산 전투기 KF-21을 인도네시아의 지원 없이 사실상 독자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인도네시아가 약속해놓고 지급을 미루고 있는 개발 분담금 1조6000억원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그들의 1조원 이상을 깎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위사업청은 8일 국방부 기자단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며 “인도네시아 측이 납부할 수 있는 6000억원으로 조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인도네시아 측 제안을 수용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KF-21 전체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애초 약속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을 2026년까지 납부하는 대신 기술 이전도 그만큼만 받겠다고 우리 측에 제안했다.

지속되는 분담금 지급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인도네시아는 올 초에는 KF-21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핵심기술 자료를 빼내 본국으로 가져가려 했던 의혹으로 검경의 조사를 받으며, 양국 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아넣었다. 이에 인도네시아를 배제하고 독자 개발하거나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KF-21을 포함한 한국산 방산장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하자는 국내 여론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가 이번 인도네시아 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인도네시아와의 협력관계를 청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잠수함 발주 시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금액을 깎으려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위로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등 우리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던 고객이었다는 게 방산업체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에 KF-21 개발 분담금을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면서 지급을 안 하고, 팜유 등 현물로 대신 지급하겠다는 등 엉뚱한 제안을 늘어놓는 사이에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에는 그 이상의 돈을 지급하는 등 국가 간 관계를 해치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이며 신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이러한 행동이 계속되자, KF-21 개발을 배후에서 지원해왔던 미국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개발을 청산하겠다는 결정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인도네시아 배제 움직임에 사실상 동의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 차원의 양국 간 경제협력 활동도 제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색 국가로 불리는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수교 이전에는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편과도 손을 잡는 인도네시아와 손잡은 이유는 동남아 지역 내에서 가장 큰 이슬람 국가이고 비동맹 진영을 이끄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많이 축소됐고, 경쟁국인 말레이시아 등이 경제성장을 이뤄내면서 지역 내 목소리도 줄었다. 한국이 굳이 몸을 낮춰가며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방사청은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춰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관련) 이전 가치의 규모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체계개발 시기 및 전력화 임박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미납 지속으로 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분담금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KF-21 전력화에도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KF-21 전체 개발비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것도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장을 제외한 KF-21 체계개발 비용은 당초 8조100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져 7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방사청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가 납부해야 할 분담금을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깎아줘도 추가로 충당해야 할 비용은 1조원이 아닌 5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방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방사청은 “부족 재원은 정부와 업체의 노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며 “개발비용 부족으로 인해 전투기 개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담 비율 조정 및 부족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KF-21 개발비 분담 비율은 한국 정부 6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 인도네시아 20%다.

분담 비율을 조정해 인도네시아가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고 부족한 재원은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과 KAI 측의 추가 부담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