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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일본 정부" SDV 전환 주도…완성차 업계 합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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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일본 정부" SDV 전환 주도…완성차 업계 합동 개발

DX 위해 개발 성과 정보공유…발전 속도 높여
한국에 밀리고 중국에 손 벌린 일본 車산업

전자업체 소니와 자동차 업체 혼다가 공동으로 개발한 전기차 아피라. 사진=소니혼다모빌리티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전자업체 소니와 자동차 업체 혼다가 공동으로 개발한 전기차 아피라. 사진=소니혼다모빌리티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뒤늦게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정책을 공식화한 것은 지금이라도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 없이는 일본 완성차 업계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을 반영한다. 일본 산업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경제산업성이 SDV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완성차 업계의 협업을 주도하고 나섰다.

일본 완성차 업계 특성상 독자 개발에 집중하던 과거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고 빠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토교통성과 함께 모빌리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전략안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SDV를 국내외에서 1200만 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전 세계 SDV 시장 전망의 30%를 차지하는 수치다.

메이커 각 사에 관련 기술의 공동 개발을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중심의 '게이레츠(ケイレツ, 계열)'라고 불리는 공급망 연합의 구조개선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SDV는 기존 기계공학 중심의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며 판매 후에도 자동차의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자동차다. 내연기관 차보다는 전동화가 진행된 차량에서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전기차와 함께 시장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테슬라가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고, 중국의 비야디(BYD)도 흉내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내년 완전 전환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부 부분변경 모델에도 적용했다.

일본에서는 토요타와 혼다가 2025년 이후 SDV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 전략은 개별 연구개발보다 공동 연구가 필요한 7개 분야의 기술에 대한 일본 브랜드 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이며, 해당 분야의 대표 브랜드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이 결과를 함께 활용한다.
디지털 기술이 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SDV 분야는 '계열'이라고 부르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독자 공급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 개발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는 2023년 말 토요타와 혼다 등 14개사가 참여하는 연구기관이 개설된 바 있다. 이에 이번 DX를 통해 앞으로는 자율주행용 AI의 학습 데이터를 메이커 각 사가 공유하고, 디지털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하는 등의 움직임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독자 개발이 이어지는 분야도 있다. 자동차 통합 소프트웨어(OS) 분야에서는 브랜드 간 경쟁 영역으로 남겨두고 독자 개발을 진행한다. 현재 토요타는 '아린 OS' 개발을 진행 중이고, 혼다도 독자 OS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영역에서 펼쳐진 안드로이드와 iOS의 OS 경쟁을 자동차 분야에서도 진행하며, SDV 분야의 생태계 주도권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발전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향후 해외 IT의 노하우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브랜드별 독자적인 발전으로 무한경쟁을 펼쳐온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결단은 자동차 산업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자국 브랜드들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급속도로 진행된 전기차 전환에서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일본차 대표 토요타는 전기차를 출시하고 차량의 바퀴가 빠지는 문제가 발생해 전량 회수하는 등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시기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완성차 업계 최초로 공개하고 아이오닉5와 EV6 등을 출시하며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한 현대차그룹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에 토요타는 중국 BYD와 협업해 전기차 개발을 선언하고 전기차 시장 재공략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DV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이번 일본 정부의 DX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세계 1위 브랜드를 보유한 일본이 자국 브랜드가 전기차와 SDV 분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 주도의 비전 선포가 진행은 됐지만 독자 개발에 공들였던 테슬라와 BYD, 산업계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온 현대차그룹 등과의 격차를 쉽게 좁힐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