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시 매출 상승효과 기대·장기화 시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
삼성·SK하이닉스, 美 공장 건설 비용 증가할 수 있어
불안정한 정국으로 고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높은 환율은 반도체 매출에서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고 다음 달 집권하게 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도 불안 요소다.삼성·SK하이닉스, 美 공장 건설 비용 증가할 수 있어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30원대를 유지하면서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1438.3원까지 올라 2022년 10월 24일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국내 정세 등으로 이 같은 고환율 상황이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반도체 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반도체 제품을 달러로 거래하는 만큼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기업은 동일 제품을 판매하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 달러에 이른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적게는 수백억에서 천억원대 가까이 수출액이 늘어난다.
단기 환율 변동이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실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는 원자재 구매와 판매 공급 계약이 장기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에 39억 달러를 투자한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 건설을 시작한 2022년 환율이 13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100원 가까이 환율이 상승한 지금은 공사 비용이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다음 달 새로 집권하게 될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공약대로 미국 우선주의의 고관세 정책에 나선다면 이 같은 고환율 현상이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주요 이슈 및 전망'에서는 “내년에도 미국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 △해외자금 유입 지속 △트럼프 2기의 정책 영향 △안전통화 속성 등으로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공장 건설과 장비·설비 반입 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 변동 사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