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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車車] 정제된 품격의 진화… 신형 볼보 XC90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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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車車] 정제된 품격의 진화… 신형 볼보 XC90을 타다

핸들링부터 똑똑한 '아리아'까지, 프리미엄 SUV의 넥스트 챕터
볼보 XC90 신형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XC90 신형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출발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비클래스까지. 수도권을 관통하는 이 도심+고속 복합 구간은 대형 SUV의 진가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코스다. 도심을 통과하는 상습정체구간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여정을 함께한 차는 볼보의 플래그십 SUV, 신형 XC90다. 익숙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의 질감, 기술, 감성까지 한층 정제된 진화를 보여주는 차다.

외관은 기존 XC90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 같은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헤드램프 내부 그래픽, 범퍼 라인, 휠 디자인 등 세부 요소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본질은 변화보다 정제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XC90은 그 원칙을 지키며 ‘변화됐지만 바뀐 티는 잘 나지 않는’ 절제의 미학을 드러낸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변화는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승차감이다. 기존 XC90의 말랑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보다 정제되고 안정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서스펜션은 요철을 넘을 때 상하 움직임을 빠르게 정리하며, 전체적인 차체 거동도 조금 더 묵직해진 인상을 준다. 이는 섀시 강화와 댐퍼 세팅 조율의 결과로 보인다. 장거리 고속 구간에선 차체가 과장 없이 노면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을 준다는 느낌이 있다.

핸들링 역시 미묘하게 진화했다. 이전 세대가 느긋한 조향 특성을 보였다면, 신형은 스티어링 입력에 더 민감하고 정밀하게 반응한다. 도심에서는 차선 변경이나 회전 시 민첩함이 살아나고, 고속 코너에서는 운전자에게 높은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아주 미세하다는 건 일시적인 착각일 수도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XC90은 스포츠 SUV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만큼 큰 차체가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건 분명 좋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볼보 XC90 신형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XC90 신형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그리고 이번 신형 XC90의 핵심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볼보는 구글 기반 OS와 음성 인식 시스템 ‘아리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왔으며, 이번 모델에서는 그 진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단순히 명령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의 루틴과 취향을 학습해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온도, 시트, 미디어 설정 등을 맞춰준다.

예컨대 “아리아, 볼보 시승하러 가자(사전 설정된)”고 말하면,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안내하는 동시에, 평소 오전 시간대 자주 사용했던 온도 설정(22도), 통풍시트 작동 여부, 선호하는 라디오 채널까지 한 번에 실행된다. 명령이 아닌 ‘기억’으로 작동하는 차량은 여전히 드물지 않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개인 설정과 AI 학습 알고리즘이 결합된 결과로, 단순한 커넥티비티를 넘어선 ‘개인화된 운전 경험’을 지향하는 볼보의 지향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시인성이 높아진 디지털 클러스터와 반응성이 향상된 터치 인터페이스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UX는 단순하지만 직관적이며,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구성에서도 혼란 없이 조작이 가능하다. 게다가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동작할 수 있도록 화면 분할 구조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온도 조절할 때 보이던 내비게이션은 사라지지 않고 아래쪽에 컨트롤 패널 칸을 내어준다. 정전식 패널 특유의 입력 지연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고, ‘자연어 기반’의 아리아는 경쟁 모델들보다 확실히 한발 앞선 수준을 보여준다. 화면 크기가 좀 커진 거 말고는 전반적인 인테리어의 디자인 변화는 미세하다. 그러면서도 프리미엄에 어울리는 고급스런 분위기는 여전하다. 명성이 자자한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해서 말이다.

XC90은 볼보의 전동화 전환기 속에서도 ‘플래그십의 품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고집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좋은 건 좋은 거 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볼보차코리아의 상반기 실적은 다소 주춤했지만, 이번 기대주를 통해 하반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여느 때와는 달리 대대적으로 준비된 시승차들이 그걸 증명하는 듯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