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디테일'이 관건
현지 생산이 근본적인 회피책
빅테크와 협력 강화할 기회도
중장기적 공급망 전략 따져야
현지 생산이 근본적인 회피책
빅테크와 협력 강화할 기회도
중장기적 공급망 전략 따져야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정책에서 한국이 받을 ‘최혜국 대우’의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진행해온 대미 투자로 반도체 관세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혜국 대우의 내용과 대미 투자에 따른 관세 면제 범위가 나와야 공급망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처럼 최혜국 대우를 받더라도 관세 자체가 주는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는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는 고사양 HBM과 D램을 대부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피하려면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과 인근 테일러시에서 완공을 앞둔 반도체 선단 공정,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지을 예정인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이용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관세를 회피하는 것을 넘어 미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이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의 필수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엔비디아 등 미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독보적인 공급망 입지를 차지해왔다. 삼성전자도 최근 AI 자율주행차 고도화에 나선 테슬라에게서 2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공정 칩을 수주했고, 애플의 이미지센싱 칩 생산도 따냈다.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 확대와 대중 견제가 관세정책의 목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달 신문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며 자유무역주의의 기반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종언을 선언했다.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시장 측면에서만 보면 대미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맞겠지만, 첨단산업은 기초 소재에 대한 타국 의존도가 높아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EU 같은 한국의 파트너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에 맞춰 고부가가치 핵심 공정을 중심으로 '중간자적 역할'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며 “판매자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매년 분류하는 첨단기술제품(ATP) 품목에도 주목해 시장 추이와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