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하이닉스 VEU 자격 취소…엔비디아 H20 허용 조치와 정반대 조치
韓 기업들 수출 제한될 경우 中 반도체 기업들 기술개발 기회로 작용할 수도
韓 기업들 수출 제한될 경우 中 반도체 기업들 기술개발 기회로 작용할 수도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 정부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 자격 박탈 조치는 엔비디아의 H20 중국 판매를 허가한 미국 정부의 기존 전략과 정반대되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대중국 수출 통제는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규제할수록 중국이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알리바바는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수 있는 AI 칩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H20 중국 수출을 허용하고 수출을 위한 절차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 자격 박탈 조치가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 팹에서 낸드 캐파(생산능력)의 약 40%, SK하이닉스의 경우 우시 팹에서 D램의 40%, 다롄 팹에서 30%를 생산 중이다. VEU 자격이 박탈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팹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도입이 어려워진다. 이는 중국 내 낸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를 비롯해 메모리 분야 강자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 자격 박탈 시) 결국 누가 제일 아쉬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메모리 공급 제약은 미국 기업에 가장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생산 관점에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중기 관점에서는 선단화 탄력 저하로 선단 공정에 대한 평균판매가격(ASP) 방어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여전히 발표되지 않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불안 요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2주 후 반도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reak6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