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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엑소더스] 고심 깊어진 국내 기업, 본사 해외이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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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엑소더스] 고심 깊어진 국내 기업, 본사 해외이전 하나

미국·동남아선 세제 혜택·인센티브…'기회의 땅' 부각
15% 관세까지 겹쳐 본사 해외이전설 수면 위로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법인(HMMI) 생산라인에서 현지 직원이 아이오닉5의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법인(HMMI) 생산라인에서 현지 직원이 아이오닉5의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사업만 놓고 봤을 때, 한국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힘들어지며, 해외로 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최근 만난 10대 그룹 협력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이전에 대한 솔직함 심정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의 투쟁 강도는 한층 높아졌고, 정부의 규제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회사 안팎에서 차라리 본사 자체를 해외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크게 제한했다. 노동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던 기업의 방어권이 사라지며 제어할 수단이 줄었다. 이에 완성차를 비롯해 조선, 철강 등 주요 업종 노조는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신규기업을 유치하고 자국 내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토지를 무상으로 입대하거나 일정기간동안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정책적 서포트도 활발하다.

이 관계자는 "해외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크다"며 "특히 정부의 지원과 해당국가의 시선차이가 너무 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회의를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는 법적 제약이 느슨하고 현지 정부가 세제 혜택을 앞다투어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역시 자국 내 생산 설비를 세우는 기업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실제 미국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주정부로부터 토지 무상 제공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받아 수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기업이 미국현지에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큰 규모의 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아직은 제한된 뒷말 수준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욱이 현지 공급망을 확보하면 더 저렴하게 원자재가 확보되고 이를 통해 진행한 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다는 것도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한다.

최근 불거진 미국발 15%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이다. 미국발 관세와 더불어 국내 규제강화, 노조 리스크까지 확대되며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해야되는 이유가 옅어지고 있다. 투자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국내 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본사 이전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은 이런 문제가 현실화 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와 같은 규제가 지속되고,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맞물린다면 '코리아 엑소더스'라는 단어가 더 이상 가상 시나리오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대규모 본사 이전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와 고강도 노사 갈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맞물린다면 해외 생산기지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