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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찾는 美불법취업 사태] K-배터리...생산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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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찾는 美불법취업 사태] K-배터리...생산 차질 불가피

미 이민당국 단속으로 LG엔솔 직원 47명 구금
직원 파견 시 이용해온 ESTA·B-1 등 단기가 문제
배터리 업계 공장 건설 등 투자 계획 제동 우려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 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 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에 이어 미 당국의 기습 단속으로 ‘비자 리스크’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이미 활용해오던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상용비자(B-1) 대신 발급이 까다로운 전문직 비자가 필요해지면서 미국 내 생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 기습 단속에 나서면서 한국인 근로자 등을 포함한 총 475명이 구금됐다.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은 총 47명으로 파악됐다. 한국 국적이 46명, 인도네시아 국적이 1명이다. HL-GA 배터리 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직원 250명도 구금됐다. 반면 이번 구금 인원 중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임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비자다. 그간 국내 업체들은 90일 이내 체류 시 비자 발급이 면제되는 ESTA나 단기 비즈니스 목적의 B-1 비자를 이용해 직원을 파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이를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하기 위해선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전문직 비자나 주재원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ESTA나 B-1보다 발급 조건이 까다롭고 기간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청 인원도 많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기업들이 ESTA나 B-1 비자를 이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단속은 미국 현지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 중인 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단속 대상이 된 HL-GA 공장은 애초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HL-GA 공장은 2023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양사가 지분 50%씩, 총 43억 달러(약 6조 원)를 공동 투자했으며 연간 약 30기가와트시(GWh)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 완공, 내년 초 양산이 예상됐으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SK온은 포드·현대차와, 삼성SDI는 GM·스텔란티스와 각각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는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사실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 투자하겠다고 했음에도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투자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면서 "미국은 투자를 유치한 만큼 한국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