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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평행선 걷는 대미 협상에 25%관세 4분기 실적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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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평행선 걷는 대미 협상에 25%관세 4분기 실적 '걱정'

3분기 영업익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 전망
조단위 관세 부담에 "버티기 한계"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무역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5% 대미(對美) 관세' 부담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 양사 모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내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4분기에는 손실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오는 30일과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기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6% 줄어든 2조6287억 원, 기아는 22.3% 감소한 2조237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미 관세 부담을 꼽는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관세 비용이 약 1조5000억 원, 기아가 약 1조2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두 회사의 합산 부담액이 약 2조4000억~2조4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의 25% 관세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이 약 8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 토요타(6조2000억 원), 독일 폭스바겐(4조6000억 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협상으로 자국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율을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한국산 자동차에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째 25%의 높은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부담은 실적뿐 아니라 글로벌 전략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과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비롯해, 총 35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이 진행 중인 만큼 관세 문제는 단순한 수익성 문제를 넘어 향후 미국 내 투자 효율성과 고용 창출 효과에도 직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협상 타결 없이는 신규 투자 계획이 제때 진행되기 어렵다"며 "결국 관세가 미국 내 고용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효에 맞춰 비축해둔 재고 물량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3분기부터는 현지 생산분을 제외한 전량에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재고로 버티는 전략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조 단위로 쌓이는 관세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 양국 모두 '조기 타결'을 원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와 시기, 손실분 분담 비율 등을 놓고 세부 조율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미국 측이 자국 내 부품 조달 비율 확대와 현지 생산 비중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 측은 이미 이행 중인 투자 규모를 근거로 추가 조건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업계는 협상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4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4분기는 연말 재고조정과 신차 프로모션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관세 부담이 이어지면 판촉 비용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 증설이나 공급망 조정은 단기간에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현실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