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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 현지 JV '3일 차이’ 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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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 현지 JV '3일 차이’ 배당 논란?

미국 투자보다 경영권 방어가 먼저였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만 봐도 ‘최윤범 경영권 방어’ 목적 방증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전경. 사진=영풍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전경. 사진=영풍


미국 제련소 착공이 수년 뒤로 예정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연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하며 단 3영업일 차이로 442억원의 배당금이 외부 합작법인으로 빠져나가게 되자, 이번 자금 집행의 실질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현지 합작법인 '크루시블(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주 ㅁ인수 대금 납입일은 12월 26일로, 연내 납입이 이뤄질 경우 크루시블 JV는 올해 결산 배당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이 일정으로 인해 불과 며칠 차이로 막대한 배당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으로 1주당 2만원을 결정했고, 배당 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크루시블 JV는 약 220만9716주를 보유하게 되며, 이에 따른 배당금은 약 442억원으로 추산된다 .
시장에서는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충분한 대규모 해외 투자 프로젝트임에도, 납입 시점을 굳이 연내로 설정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제련소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대금을 서둘러 투입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납입 시점을 내년 초로 미루기만 해도 배당금 유출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계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로 크루시블 JV가 확보하게 되는 지분 규모도 주목 대상이다. 증자 전 기준 약 10.25%, 자사주 소각 이후 기준으로는 약 10.59%에 달하는 지분은 현재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기준일인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지분 확보가 이뤄지도록 일정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우호지분’ 확보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미국 투자 자체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제련소 건설은 장기 프로젝트인 반면, 유상증자 구조와 일정은 단기간 지분 구조 변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사업 논리와 괴리가 크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업 목적의 증자라면 대금 납입일을 12월 26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단 며칠 차이로 수백억원의 배당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는 투자보다는 지배구조 이슈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신주 배정은 상법과 판례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번 증자 구조 전반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