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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결산⑧] 불확실성 속 유가보다 정책이 흔든 에너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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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결산⑧] 불확실성 속 유가보다 정책이 흔든 에너지 산업

유가 안정에도 정책 방향 혼선
투자 위축과 산업 불확실성 키운 한 해
태안 햇들원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GS건설이미지 확대보기
태안 햇들원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GS건설
2025년 에너지 산업을 흔든 변수는 국제 유가보다 정책이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산유국 감산 기조에도 유가는 비교적 안정 흐름을 보였지만,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방향과 속도를 오가며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에너지 기업들은 가격 변동보다 정책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린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국제 유가는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OPEC+ 감산 기조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변동성은 제한적이었다. 공급 차질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산유국의 생산 조절이 맞물리며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정유사들의 실적 역시 유가 급등락보다는 정제 마진과 환율, 제품 수요 변화 등 기존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유가가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정책 환경은 에너지 산업 전반을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친환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속도 조절과 재검토를 반복했고, 이는 기업들의 투자 시점과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전력 요금 정책 역시 인상과 동결이 반복되며 발전사와 전력 공기업,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에너지 산업 특성상 정책 방향의 잦은 변화는 단기 비용 부담을 넘어 사업 전략 전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은 정책 신호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규 발전 설비 투자와 신재생 프로젝트, 설비 증설 계획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탄소 규제와 보조금 정책을 둘러싼 글로벌 엇박자도 부담을 키웠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며 에너지 기업들의 전략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역별로 다른 규칙이 적용되면서 생산 거점과 투자 지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행정 부담이 발생했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일수록 정책 대응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별로 체감하는 부담도 달랐다. 정유업계는 유가보다 환경 규제와 중장기 사업 구조 전환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전력업계는 요금 규제와 원가 상승 사이에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정책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보조금과 입찰 제도 변화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 변화가 곧 실적 변동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부각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정책 리스크가 에너지 산업 전반을 시험한 해로 평가한다. 유가 변동성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보다 방향과 신뢰가 중요해진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에너지 산업은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정책 신호가 흔들릴수록 기업들은 신규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유가 변동성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