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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속도 늦춘 완성차들…하이브리드로 숨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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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속도 늦춘 완성차들…하이브리드로 숨 고른다

전기차 수요 둔화…완성차, 하이브리드로 수익성 방어
토요타·현대차, HEV 비중 확대하며 실적 격차 벌려
"가격 경쟁력이 향후 시장 주도권 가른다"
윤승규 기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LA 오토쇼'에서 신형 텔루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윤승규 기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LA 오토쇼'에서 신형 텔루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아
전기차(BEV)를 앞세워 전동화 전환을 가속해 온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충전 인프라 부족, 고금리 장기화, 보조금 축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이브리드차(HEV)가 단순한 과도기 모델을 넘어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전략 차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올인'을 외치던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우선하는 현실적 선택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격차는 하이브리드 경쟁력에서 갈리고 있다. 토요타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1%대에 머물렀지만 하이브리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대비 원가 부담이 낮고 수익성이 안정적인 하이브리드가 실적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하이브리드를 통해 전동화 전환기의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고 전체 판매의 약 15%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보조금 의존도가 낮고 생산 효율이 안정된 점도 하이브리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던 브랜드들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제네시스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수소차를 병행하는 다각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빅3 역시 전기차 생산 계획을 일부 조정하는 대신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며 규제 대응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미래차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진단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를 강화하는 방향은 올바르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향후 시장 주도권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위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라며 "결국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