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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2막, 총수 동행] 같은 동행, 다른 계산…4대 그룹 총수 베트남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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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2막, 총수 동행] 같은 동행, 다른 계산…4대 그룹 총수 베트남 셈법

조립기지 넘어 공급망·기술 거점 전환…기업별 전략 재정비
삼성은 고도화, SK는 인프라, LG는 생태계…현대차는 생산망 점검 무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사

베트남 생산거점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값싼 조립기지로 불리던 자리가 이제는 공급망과 첨단 제조, 에너지 인프라를 함께 묶는 전략 거점으로 재해석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베트남 셈법도 달라지는 흐름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사절단의 베트남 일정 성과가 23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일정에 동행한 4대 그룹의 베트남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현장을 찾았지만 각 기업이 현지에서 읽는 사업 기회와 우선순위는 다르기 때문이다. 생산기지 고도화와 에너지 인프라, 현지 생태계 강화, 아세안 생산망 점검 등 그룹별로 베트남에 거는 기대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미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 전략의 핵심 축으로 활용해 왔지만, 이제는 단순한 생산기지 유지보다 고도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생산거점이 더 이상 저부가 조립 라인에 머물기보다 반도체를 포함한 고부가 제조와 현지 파트너십 확대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이 기술 내재화와 부가가치 확대를 지향하는 흐름과 맞물리면 삼성 입장에서도 생산기지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향이 자연스럽다.

SK그룹은 현지에서 공장을 늘리는 제조업체라기보다 산업이 굴러가기 위한 기반을 먼저 깔아온 기업에 가깝다. LNG와 전력, 석유화학 등 에너지 인프라 축에서 존재감을 넓혀온 만큼 베트남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역할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결국 SK에 베트남은 단순 생산거점이 아니라 장기 인프라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산업 기반을 만드는 쪽에 먼저 들어가 있는 만큼 제조업 중심의 다른 그룹과는 결이 다르다.

LG그룹은 베트남에서 가전과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쌓아왔고, 제조와 연구개발, 판매를 아우르는 거점 전략도 함께 펼쳐왔다. 최근 중국·일본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단순 생산 확대보다 현지 로컬 기업 참여를 넓히고 자체 생태계를 더 촘촘히 엮는 방향이 유력하다. 베트남을 공장 하나가 아니라 제조와 기술, 판매가 함께 움직이는 입체 거점으로 보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까지 뚜렷한 신규 사업 방향이 공개된 것은 없지만, 베트남을 판매 확대 그 자체보다 아세안 생산망과 공급망 재정비의 교두보로 점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차와 현지 전기차 업체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베트남 시장만 따로 보기보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연결된 역내 생산망 차원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뚜렷한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아세안 전략 속에서 베트남의 위치를 다시 계산하는 흐름에 더 가깝다.

결국 4대 그룹이 같은 베트남을 보면서도 읽는 사업 지도는 서로 다르다. 삼성은 생산거점 고도화, SK는 에너지 인프라, LG는 현지 생태계 강화, 현대차그룹은 아세안 생산망 점검이라는 식으로 무게중심이 갈린다. 하지만 공통점도 분명하다. 베트남을 더 이상 값싼 조립공장으로만 보지 않고 공급망과 기술, 인프라가 결합된 전략 거점으로 다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장은 이를 두고 "베트남을 한국의 '핵심 공급망' 안으로 포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특히 첨단기술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전환을 고려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