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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현장투어③] 불 꺼진 공장에서 차가 태어난다…지커의 ‘미래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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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현장투어③] 불 꺼진 공장에서 차가 태어난다…지커의 ‘미래 공장’을 가다

닝보 인텔리전트 팩토리서 본 지커의 제조 경쟁력
5G·AI·메가 다이캐스팅·무인 물류로 프리미엄 전기차 품질 구현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페인팅 워크샵 사진=지커이미지 확대보기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페인팅 워크샵 사진=지커
자동차 공장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거대한 소음, 분주하게 오가는 작업자,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차체, 그 주변을 둘러싼 용접 불꽃이다. 하지만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에서 마주한 장면은 조금 달랐다. 공장은 예상보다 조용했고, 사람보다 기계가 먼저 움직였다. 로봇은 정해진 리듬으로 차체를 집어 올리고, 용접하고, 검사했다. 사람의 손이 사라진 자리에 데이터가 들어와 있었다.

지커 본사 미디어 투어 3일차 일정은 중국 저장성 닝보시 항저우만에 위치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방문으로 진행됐다. 첫째 날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브랜드의 얼굴을 봤고, 둘째 날 지리안전센터에서 안전과 검증의 현장을 확인했다면, 셋째 날은 그 모든 것이 실제 제품으로 태어나는 생산 현장을 보는 시간이다. 전시장에 놓인 지커 001과 009, 7X 같은 모델들이 어떤 공정 위에서 만들어지는지, 또 지커가 말하는 ‘프리미엄 전기차’가 어떤 제조 시스템으로 뒷받침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5G와 인공지능, 산업용 사물인터넷, 산업용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레스와 차체, 도장, 조립 공정을 디지털로 연결한 스마트 생산 허브다. 설명에 따르면 이 공장은 약 130만㎡, 축구장 약 154개에 해당하는 부지에 조성됐으며,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 능력을 갖췄다. 2018년 말 착공해 2021년 3분기 공식 가동을 시작했고, 저장성 최초의 ‘미래 공장’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다이캐스팅 된 001차량 후면부 피스가 적재돼 있는 공간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다이캐스팅 된 001차량 후면부 피스가 적재돼 있는 공간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이곳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다크 팩토리’다. 말 그대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도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라는 뜻이다. 실제 현장이 완전히 어둡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의 중심이 사람의 눈과 손에서 센서, 로봇, 데이터로 옮겨갔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부품과 차체, 설비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공정 이상 여부는 데이터로 관리된다. 자동차 생산이 숙련공의 감각에만 기대던 시대에서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반복성과 정밀도를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메가 다이캐스팅 공정이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7200톤급 메가 다이캐스팅 설비를 운용한다. 고온의 알루미늄을 금형에 부어 SEA 플랫폼 후면부와 같은 대형 차체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 공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1분30초에 불과하다. 여러 부품을 따로 만들고 조립·용접하던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차체 강성과 경량화까지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혼류 생산이 가능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폴스타 4 모델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검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혼류 생산이 가능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폴스타 4 모델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검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생산 유연성도 강조됐다. 이 설비는 단일 모델만을 위한 장비가 아니다. 지커 001용 부품 생산에서 지커 009용 부품 생산으로 전환할 때도 금형 교체와 세팅 변경을 24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전기차 시장은 수요 변화가 빠르고, 모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한 공장이 여러 모델과 다양한 사양을 유연하게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지커가 메가 다이캐스팅을 제조 경쟁력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메가캐스팅 유닛, 금형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메가캐스팅 유닛, 금형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더 인상적인 대목은 이 공정이 이번 프레스 투어에서 글로벌 매체에 처음으로 촬영 허용됐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의도는 칭찬할만 했다. 메가 다이캐스팅은 최근 전기차 제조업계에서 생산 효율과 차체 구조 혁신을 상징하는 공정으로 통한다. 지커가 이 내부를 공개했다는 것은 제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생각된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더이상 낮은 가격과 빠른 개발 속도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차체 용접 라인에서는 자동화 수준이 두드러졌다. 그들의 설명은 이곳에는 703대의 로봇이 투입돼 100% 용접 자동화율을 구현한다. 로봇은 차체를 정확한 위치에 맞추고, 밀리초 단위로 전류를 제어하며 용접을 진행한다.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균일성과 반복성이 이 구간에서 확보된다. 다양한 플랫폼과 모델을 단일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도 이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메가캐스팅 옆쪽으로 품질 검수 작업대가 있다. 소수의 작업자들이 캐스팅된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메가캐스팅 옆쪽으로 품질 검수 작업대가 있다. 소수의 작업자들이 캐스팅된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품질 검수는 더 세밀한 영역으로 들어간다. 메가 다이캐스팅으로 만들어진 대형 부품은 단순히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외관상 보이지 않는 내부의 미세한 기포나 결함을 찾기 위해 X-ray 정밀 검사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검수를 마친 부품에는 고유 QR코드가 각인된다. 이 QR코드는 부품이 조립라인을 거쳐 완성차가 되고, 고객에게 인도된 이후까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품질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도장 공정에는 AI 비전 스캔 시스템이 적용된다. 마이크론 단위의 결함까지 잡아내기 위한 장치다. 자동차의 도장 품질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프리미엄 요소 중 하나다. 표면의 작은 흠집이나 색상 편차는 차량 전체의 완성도 인상을 좌우한다. 지커가 스마트 팩토리에서 도장 검사 자동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의 성능 수치만으로 프리미엄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 마감 품질은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또 다른 지표가 된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최종 작업 라인 사진=지커이미지 확대보기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최종 작업 라인 사진=지커

조립 라인에서는 무인 물류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공장 내부 부품 이동은 AGV와 AMR이 맡는다. AGV는 바닥의 마그네틱 테이프나 QR코드 등 정해진 경로를 따라 부품을 운반하는 무인 운반차다. AMR은 유도선 없이 레이저 센서와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자율 이동 로봇이다. 관계자 자료에 따르면 지커 공장의 조립, 용접, 도장 라인에는 300대 이상의 AMR이 투입돼 전통적인 지게차와 트랙터를 대체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통합 로봇 제어 시스템을 통해 움직인다. 수백 대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는 공장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공급하는 능력이 생산 효율을 좌우한다. 지커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노동 효율을 20% 이상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최종 검수 라인 사진=지커이미지 확대보기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최종 검수 라인 사진=지커

공간 활용 방식도 흥미롭다. 대시보드 조립 라인의 경우 내부 전자장치가 현재 투어 중인 건물이 아니라 옆 건물에서 사전 조립된다. 완성된 대시보드 모듈은 공장과 공장을 잇는 상단 기계 레일을 타고 조립 라인으로 직접 투입된다. 대형 공장이라고 해서 모든 공정을 같은 공간 안에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별 최적 위치와 이동 동선을 설계해 전체 효율을 높인 구조다.

디지털 트윈 기술도 공장 운영의 핵심으로 소개됐다. 실제 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해 생산 과정을 사전에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설비가 멈춘 뒤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생산 전 단계에서 문제 가능성을 예측하고 줄이는 개념이다. 지커는 이를 통해 공정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구현한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키워드는 ‘디지털 이력’이다. 지커는 모든 차량의 제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추적 가능한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언제, 어느 라인에서, 어떤 부품이, 어떤 조건으로 조립됐는지 데이터로 남기는 방식이다. 차량이 출고된 뒤 시간이 지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기차가 점점 소프트웨어와 전자제어 시스템에 의존하는 만큼, 생산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대량 생산과 개인화 생산을 동시에 노린다는 점이다. 지커 001은 150만 가지 이상의 개인화 옵션 조합이 가능하고, 최종 조립 단계에서는 고객 중심의 C2M, 즉 ‘Customer-to-Manufacturer’ 모델을 적용한다. 고객이 원하는 구성을 생산라인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다. 과거 자동차 공장이 같은 차를 최대한 많이, 빠르게 만드는 곳이었다면, 지커가 보여준 공장은 서로 다른 차를 최대한 정확하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

혼류 생산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도장 공정을 마친 지커 001과 009 등 다양한 차체가 하나의 조립라인으로 들어오면, 각 모델은 서로 다른 사양과 설정에 맞춰 조립된다. 여러 차종과 수많은 개인화 설정이 한 라인에서 오류 없이 처리돼야 한다. 이는 생산 라인의 기계적 자동화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부품 물류, 공정 순서, 품질 검수, 데이터 관리가 모두 실시간으로 맞물려야 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