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공식, 단순 계약 확보서 투자·공급망 결합 구조로 전환
정책금융·상생금융 역할 확대…미래 산업 기업가치 새 변수 부상
정책금융·상생금융 역할 확대…미래 산업 기업가치 새 변수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공식이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정부와 금융, 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의 성패가 투자 여력과 공급망, 현지 협력 체계에 좌우되면서 '상생'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현실적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재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 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원팀 전략은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과정에서 대표 사례로 확인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폴란드에서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현대로템이 K2 전차 2차 계약 협상을 완료했다. 계약 규모는 65억달러(한화 약 8조8000억원)로 추정됐으며, 새 정부 들어 처음 진행된 대형 방산 수출로 평가됐다. 이후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수출금융 지원 구조를 마련하며 대형 방산 수출의 이행 기반을 뒷받침했다.
이 과정은 해외 수주 경쟁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업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발주처를 확보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출금융과 보증, 현지 생산, 장기 유지보수, 협력사 공급망까지 함께 설계해야 대형 프로젝트를 실제 계약과 이행으로 연결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방식도 이 같은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조선과 방산, 원전처럼 계약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산업에서는 기업 단독의 경쟁력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발주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금융 조달 능력, 납기 안정성, 현지 산업 협력, 사후 관리 역량까지 함께 보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현지 정부와의 제도 협의, 통상 리스크 관리, 인허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전력망,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 성격이 강해 기업 단독으로 정치·외교·금융 변수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금융권은 리스크 완충 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금융과 상생금융이 결합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해외 투자는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소재와 부품, 장비, 물류, 유지보수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납기와 품질을 맞출 수 있다.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기 수주 규모나 일회성 매출보다 해외 거점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장기 고객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투자 성과가 미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체계는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원팀 투자전략이 앞으로 더 넓은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조선과 방산, 원전에서 확인된 구조가 반도체, AI, 배터리, 전력망, 모빌리티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들 산업은 모두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며, 국제 정치와 통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국 해외 진출의 성패는 기업 혼자만의 실력으로 갈리지 않는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외교와 제도를 열고, 금융권이 위험을 나누며, 기업이 실행력을 증명하는 구조가 맞물릴 때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