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로 고급화 나선 가전업계…中 저가공세 맞서 프리미엄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AI로 고급화 나선 가전업계…中 저가공세 맞서 프리미엄 승부수

올해 1분기 글로벌 가전, 판매량 역성장에도 판매액 9%↑
400만원대 세탁기부터 75만원대 칫솔까지… 온디바이스 AI로 ASP 상승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전시회 IFA 2026에 마련된 LG전자 부스에서 방문한 외신 기자들과 가전업계 관계자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해 고객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조율하는 AI홈을 선보인 바 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전시회 IFA 2026에 마련된 LG전자 부스에서 방문한 외신 기자들과 가전업계 관계자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해 고객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조율하는 AI홈을 선보인 바 있다. 사진=LG전자
가전업계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고급화로 판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10년 안팎으로 길어진 교체 주기를 물량 경쟁만으로는 넘어서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등은 기기 안에 AI 반도체를 내장하는 온디바이스 AI와 각종 센서를 결합해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이는 방식을 택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 가빛섬에서 다이슨이 공개한 전동칫솔 '카메라젯'은 칫솔모 헤드에 10만 화소 카메라와 조명을 달아 양치 중 치아 표면을 촬영하고, 47만 장의 치아 이미지를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치간 틈새를 인식해 액체를 분사한다. 국내 출고가는 74만9000원으로 10만~30만원대인 기존 프리미엄 전동칫솔보다 수배 비싸다.

대형 가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AI가 세탁·건조 코스를 제어하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389만9000원부터 최대 419만9000원에 판매된다. 일반 스마트 세탁·건조기 세트(140만~160만원대)보다 비싼 가격이다.
LG전자도 독자 AI 칩을 얹은 시그니처·오브제컬렉션 세탁기를 320만~430만원대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내놓고 있다.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다. AI 사물 인식 카메라와 자동 물걸레 세척 도크를 얹은 로보락의 신형 '커브2 플로우'는 149만원, 상위 라인업은 200만원대 중반까지 형성돼 있다.

가전업체들이 일제히 AI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게 된 배경에는 정체된 판매량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NIQ)에 따르면 대형 가전의 평균 교체 주기는 8~12년에 달한다. NIQ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글로벌 테크·내구재(T&D)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달러 기준 판매액은 9% 늘었다. 프리미엄 모델 비중이 커지면서 대당 판매 단가가 오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가전 양강의 행보에서도 이런 기조가 뚜렷하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모델 비중 확대와 가전 구독 사업을 앞세워 올해 상반기 생활가전(HS) 부문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생활가전 부문에서 원가와 비용 부담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략으로 'AI 기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대당 단가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AI 탑재가 가격 인상의 명분에 그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CES에서도 필요 이상의 대형 화면과 음성 인식, 광고 노출 등이 제품 복잡성과 고장 위험, 수리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포화된 가전 시장과 중국의 추격 속에서 AI가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카드는 맞다"면서도 "단순히 출고가를 올리기 위한 'AI 라벨링'에 그친다면 소비자의 가격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실제 소비자의 체감 효용은 아직 크지 않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가격이 같다면 AI 가전 구매 의향은 83.9%로 높았지만, 실제 자동 추천·스마트 기능 사용률은 10% 안팎에 그쳤다.


유덕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ude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