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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신흥국 리스크,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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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신흥국 리스크, 분명히 존재한다

세계 경제의 문법 달라져…낙관론 펼 때 아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들 두 나라의 시장 불안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나라와의 무역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변동성 지수(VIX)가 작년 말 대비 32% 상승하고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대폭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아르헨티나의 경우 13년만에 재차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터키 역시 주가 하락, 통화 절하, 신용파산스왑(Credit Default Swap, CDS) 및 국채금리 상승을 겪고 있다. 문제는 시장 불안 조짐을 보이는 신흥국이 단지 이들 두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경고음이 들리고 상당수 아시아 신흥국들은 이미 외화 유동성 부족이나 누적된 부채로 취약성을 노출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연말 이후 우리 경제계를 지배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신흥국 경기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거시경제 낙관론이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당시에도 일부에서는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인데다 외국인 자본이 많이 유입된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과거처럼 서비스업 개선이 소비와 수입을 늘리는 구조가 아니다.

서비스업 대신 제조업이 경기 회복의 중심에 있다. 미국의 제조업 지수가 높다는 것은 신흥국이 더 이상 대미 수출에 의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신흥국 경기가 선진국 경기 회복에 탈동조화 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선진국 성장률과 수입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

성장률과 수입증가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80년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여러 자산 간 관계, 금값과 연준의 증권보유 관계가 괴리를 보이고 선진국 주가와 이머징 주가, 달러화, 금값, 미국채 금리, 상품가격 등의 상관관계는 급격히 낮아졌다. 과거에는 선진국들이 직접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이머징국가가 만든 물건을 저가에 수입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이머징 국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더 이상은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사실도 선진국을 더이상 소비국에 머물러 있게 하기 어려운 요소다. 디커플링이 심화되면 선진국, 흑자신흥국, 적자신흥국 중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인 신흥국이 위험에 빠질 공산이 높다. 따라서 미국 제조업 회복,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계 경기 호전의 덕을 보려면 스스로 성장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 경기가 글로벌 경제에 과거만큼의 의미는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미국이 회복되면 덩달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수입 수요에 기대 신흥국들이 저가 상품을 수출해 성장했던 과거 글로벌 경제 문법은 분명히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신흥국 국가 경기가 따라서 좋아지던 과거의 경기회복 수순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 경제의 침체로 미국 주도의 기차놀이는 끝났다. 이런 시점에 휴일이었던 지난 26일 기획재정부 주재의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가 열렸다. 긍정적이다. 지금은 과도한 낙관론 대신 정부가 주도하고 시장은 추종하는, 신흥국 리스크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종길 산업/증권금융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