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겸직·영리업무종사금지’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수를 받던, 받지 않던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하기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휴직 신고를 해야 하고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대표, 사장, 이사 등의 직을 갖고 있으면 위법이 된다. 또한 지역구 내 조직의 장이나 동문회나 체육회의 직함을 가지는 것도 금지된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3일 국회공보에 체육단체나 이익단체장 등을 포함한 총 43명의 겸직·영리업무 불가능 여야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겸직교수의 직함을 가진 의원 6명에 대해선 현재 진행 중인 강의만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법 개정 이전 취임한 경우 현 임기까지는 마치겠다는 입장을 시사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다 겸직 국회의원은 무려 11개의 직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은 “겸업 사직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사직해야 된다, 이미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냐? 일자리를 두세 개씩 가진 나라님들, 일자리 좀 나누고 비정규직 없는 법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호소한다. 국회의원을 명예직으로 바꿔서 무보수로 봉사하게 하자.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서 겸직도 내놓고, 특권도 줄이고 개혁을 하는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국회법에 따르면 “사직하여야 한다, 휴직하여야 한다”고 강제성을 띠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위반했을 때 단지 윤리특별위에 징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만일 의원이 의원들 징계를 서로 안 하기로 하면 그냥 끝나고 만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개정안에 따라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18대 국회의원들까지는 종전과 같이 65세 이상이 되면 매달 12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이 같은 금액은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참전용사에게 지급되는 수당의 무려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연금에 쓰인 국가재정은 117억8520만원에 달했으며, 월 평균 818명에게 각각 120만원씩 지급됐다. 국회의원 연금은 일반 연금과는 달리 납부금액과 상관없이 순수 국가 재정으로만 채워진다. 물론 이 연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기여는 단 한 푼도 없다. 이와는 달리 일반 국민이 국민연금 12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35만원씩 40년간 일해서 적립해야만 하는 금액이다. 엄청난 특권이 아닐 수 없다. 하루만 일해도 노후에 120만원씩 받을 수 있는 18대와 이전 국회의원들의 연금지급액을 없애거나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런 엄청난 특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국회는 지난해 8월 받지 않아도 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헌정회육성법을 개정했다. 전ㆍ현직 대통령, 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있거나 국회의원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자, 공공기관이나 지방공사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임금을 받고 있는 자는 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부동산이 많거나 월 평균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자, 국적 상실자, 국회의원 재직 시 제명처분을 받았거나 유죄확정판결로 의원직이 상실된 자, 금고 이상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자도 제외되었다.
문제는 연금 제외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서 대상자 대부분이 연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연금 제도는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뜯어고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안광현 영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