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3월 삼성이 전사적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수평적 조직을 만들어 효율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고육책에서 단행된 조치였다. 과거에도 여러 기업에서 직책을 없애고 “○○님”이라고 시도한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명함의 직책이 사라짐으로써 불편함과 외부와의 관계에서 악영향만 초래했다고 한다. 호칭만 바꾼다고 해서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정한 수평적 조직이 되는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국내 많은 기업에서 실리콘 밸리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수직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에어 샌드위치(air sandwich)’를 줄여라. 에어 샌드위치는 임원진과 말단 직원간의 계층적 거리를 말한다. 주요 의사 결정을 임원들이 하고 실행은 현장에서 직원들이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직원 중 5%만이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한다고 한다.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답은 부서나 직급을 파괴해 서로 빠르게 협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직급과 직함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반영된 아이디어는 신속한 시장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대응은 수직적 경계를 넘어 협업이 잘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내 일이 아닌 다른 영역의 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는가가 실리콘밸리에서 직원을 승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둘째, 직원 개개인을 일종의 ‘1인 기업’으로 대우해 주라. 각자의 개인성(individuality)을 살려야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 증진이 이루어진다.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순종 콤플렉스에서 탈피하게 하여 각자 할 말은 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기업 내 1인 기업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성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를 인정받는 역량평가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신문사의 경우 신참기자라도 특종을 물어 오면 1면 톱기사로 자기 실명으로 기사를 실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꿈도 꿀 수는 없는 얘기다. 신참직원이 낸 아이디어는 여러 보고 단계를 거치면서 어느 한 구석에도 자신의 실명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우리 조직문화에서 직장인을 1인 기업처럼 대해주리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 그래도 직장인은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밝힐 방법을 연대하여 찾아가야 한다.
결국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하는 말이라도 나오게 해야 살아있는 조직이다. 직원의 사소하고 바보스러운 질문 하나가 전략의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편견 없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을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식 경영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오랜 기간 구축된 문화의 소산인 것이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