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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대학교육, 많이 받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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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대학교육, 많이 받을수록 좋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
엄상현 중부대 총장
지난해 9월 교육부가 ‘OECD 교육지표 2020’(OECD 발간) 주요 지표를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분석‧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한국,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 OECD 국가 중 2위’였다. 제목과 관련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2019년 기준으로 성인(25~64세) 중에서 고등교육(전문대 이상)을 이수한 비율이 조사대상국 46개국 평균이 39.6%인데 한국은 50.0%이고, 특히 청년층(25~34세)의 경우 평균이 45.0%인데 비해 한국은 69.8%로서 아일랜드(70.0%) 다음으로 높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분석자료집에 보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이 60%대 후반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내용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지난 10여년 간의 OECD 교육 지표에서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언제나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었다. 대학 진학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엘리트주의는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되었고 대중화를 지나 이제 보편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이렇게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과 취학률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언론 기사를 최근 들어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언론들이 정부 발표 내용을 평가 없이 사실 정보만 평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실상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높은 대학 진학열에 대하여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심지어 교육계 인사들조차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졸자의 취업률이나 소득에 기초한 고등교육 투자 수익률도 기대만큼 높지 않고 대졸자의 취업 기대 심리가 산업계의 인력수급 상황과 일치하지 않아 산업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등이 비판의 주된 이유로 설명되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과잉투자이며 왜곡투자라는 것이다. 지난해의 정부 발표 자료에서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과 함께 우리나라의 교육단계별 상대적 임금 격차의 폭은 전년도에 비하여 줄어들었고 대졸자의 고용률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낮다는 정보가 나란히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이수율 상황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해서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 달 7월 한국 YMCA 전국연맹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하여 대학 반값등록금과 관련한 의견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대다수(83%)의 조사 대상자들이 반값등록금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며 가계부담(49.8%), 기본권으로서의 교육실현(27.7%),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9.5%)가 그 이유라 했다.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절반(49.8%)이 대학등록금을 스스로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닌 정부를 포함한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해서라도,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에 취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목적을 무엇으로 하고 있는가와는 관계없이 고등교육의 중요성 내지 필요성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결국 다른 이유로 제시된 고등교육이 기본권 내지 공공의 성격을 갖는다고 응답한 사람들(37.2%)의 인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두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이나 대학 진학열과 관련한 현상과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지난 10여년 간 크게 변화해가고 있는 듯하다. 이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교육 목적 측면에서 간략히 생각해 보자. 교육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생활의 도구로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직업을 얻는 것이다. 이 경우 교육은 경제를 위한 수단이 된다. 그런 만큼 교육은 경제가 필요로 하는 범위 내에서 산업의 인력 수급에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자기개발이다. 이 교육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이 지닌 지적, 정서적, 신체적인 특성을 개발하여 보편적인 삶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영역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 교육은 많이 받을수록 삶의 만족도를 키울 수 있다.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공부하는 내용은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으로 구분된다. 전공과목 공부가 직업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교양과목 공부는 인간의 자기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에서나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어떻게 계획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할 때 산업과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교양과목에 대해서는 어떨까? ‘우리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교양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하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교양을 갖춘 인간의 품위는 수준이 높을수록 개인과 사회적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 많으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하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경제 발전을 제한하거나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교양이 너무 높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니 적절한 수준의 교양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대학교육이 교양과목을 통하여 사람의 품위를 높여준다면 대학교육은 누구나 많이 받을수록 좋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