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조사를 하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고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더 어렵다. 정부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도 가능성에 대한 사례를 나열할 뿐 그것이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하는 이유다.
2010년 전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유 없이 일정기간 동안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의 조업정지 명령이 떨어졌고, 조사단이 현장을 방문해 직접 조사했다. 관리상의 책임을 묻고 처벌 했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 적지 못했지만, 정황상으로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과 기능, 안전은 책으로 배울 수 없고, 현장에서 선배들로부터 입으로 전수받는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 다수를 차지했던 선배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이러한 노하우가 단절되면서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는 가설을 세워 봤단다.
10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 직원들이 어느덧 사업장 환경에 익숙해하는 선임 사원으로, 후임 직원을 지도하고 관리하고 있다. 경험이 높아졌으니 사업장이 안정화됐을 것이라고 봤지만,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사업장이 워낙 넓다보니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거의 모든 직원 오토바이 뒷좌석에 가방이 설치되어 있더란다. 도시락이나 비품을 넣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갑자기 대부분의 오토바이에 달려 있다니. 조심스레 알아본 결과,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장 기술 직원들은 월급 이외에도 야근수당과 주말수당 등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데, 일감이 줄어들고,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됐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수당을 못받게 되었다.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이들은 낮에 힘든 일을 마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밤늦게까지 또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 휴식이 부족하니, 작업장에서 주의력이 떨어지고 안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로 그랬다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관리 직원이 더 신경 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들도 저녁에 부업을 하고 있단다.
이 또한 객관적인 증거를 댈 수 없는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삶이 기반이 흔들리는데 안전을 외쳐봐야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 기업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사고를 막긴 어려워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