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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기후변화와 경제발전 모델… 패러다임 코페르니쿠스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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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기후변화와 경제발전 모델… 패러다임 코페르니쿠스적 변화

세계기상기구(WMO) 기후변화 보고서. 김대호 박사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매일경제 MBN 한경와우TV SBS CNBC 등에서 워싱턴특파원 경제부장 금융부장 국제부장 해설위원 보도본부장 주필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과  MOT 대학원 미국 미주리 주립대 중국 인민대 등에서 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지금은 세한대 특임 교수와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세계기상기구(WMO) 기후변화 보고서. 김대호 박사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매일경제 MBN 한경와우TV SBS CNBC 등에서 워싱턴특파원 경제부장 금융부장 국제부장 해설위원 보도본부장 주필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과 MOT 대학원 미국 미주리 주립대 중국 인민대 등에서 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지금은 세한대 특임 교수와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틀 또는 가치관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학설과 정반대가 되든가,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변화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전환이란 말은 영어로 '레벌루션(revolution)'으로서, '혁명'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은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처음 사용했다. 칸트는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신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이름 붙였다. 철학자 칸트는 그 이전 인식은 대상에 의거한다고 생각돼 왔던 것을 역전시켜 주관의 선천적 형식이 대상의 인식을 이룬다고 주장하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칸트의 이 말은 과학적 인식의 근거를 객관이 아닌 주관으로 이전시켰다는 점에서 천문학상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견할 만한 인식론상의 전환을 가져온 것을 비유한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해 당시 천동설을 숭배하던 기존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가져다준 인물이다. 코페르니쿠스는 1473년 2월 19일 폴란드 왕국인 프로이센의 토룬(Toruń)에서 태어났다. 1491년 크라쿠프 대학에서 수학과 천문학 강의를 들었고, 천문학 관련 기록을 모았다. 1512년 수도사제로서 프라우엔부르크 대성당에서 기거했다. 그때부터 야간에 옥상에서 스스로 만든 각도 측정기를 이용해 천체를 관측하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의 관측으로부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이 주전원의 도입 등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관측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과정에서 태양중심설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는 생전에 이미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에 반하는 태양중심설을 다룬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집필했으나 출판은 그의 사후에 이루어졌다. 출판이 미루어진 것은 종교적으로 이단자가 된다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코페르니쿠스는 수학적 모형으로서 태양중심설을 주장했지만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있는 우주 모형은 이미 약 1700년 전에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아리스타르코스가 제창한 바 있다. 그러나 시차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아 당대의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경우 갈릴레오, 케플러 등에 의해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 관측을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에 태양중심설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우주관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되었다. 종래의 지구 중심 사고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 때문에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을 한 일들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붙게 되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곧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를 말한다.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토머스 쿤이 제안했다. 패러다임은 패턴, 예시, 표본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παράδειγμα 파라데이그마를 영어화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패러다임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토머스 쿤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론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과학혁명의 단적인 예로 제시했다.

경제를 이해하고 꾸려가는 방식에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즉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경제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다름 아닌 날씨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표면과 해수면이 갈수록 뜨거워져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WMO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여름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섭씨 16.95도로 1940년 관측과 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월별 기록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지표 평균 기온은 이전 최고 기록인 2019년 7월(16.63도)보다 큰 폭으로 높았다. 1991∼2020년 평균 기온보다는 0.72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꼽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 온도'에 거의 접근한 수치라고 WMO는 전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의 제한선이다. WMO는 이 제한선으로 추정되는 기온이 16.96도라고 소개하면서 올해 7월 평균 기온이 제한선과 거의 다름없는 수준까지 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올여름 섭씨 20.96도에 달했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016년 3월의 20.95도를 약간 넘어선 수치다. 1991∼2020년 평균 해수면 온도보다는 0.51도 높은 기록이라고 WMO는 부연했다. WMO는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은 역대 평균보다 0.43도 높은 수준으로 역대 연간 평균 기온 가운데 세 번째로 높고, 7월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WMO는 이상 고온을 만들어낸 핵심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 온실가스가 경제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문명의 시작부터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필요한 에너지는 더욱 많아져 갔다. 인류는 그 에너지를 주로 화석연료에서 얻었다. 그 결과 지구는 점차 자생 능력을 잃어가고 오랜 기간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지구의 기후가 인류의 대량 에너지 소비로 인해 새로운 형태와 평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대기, 해양, 생물이 사는 육상 및 해상, 저온층, 지표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해 지구 표면의 기후를 결정한다. 산업혁명 이전 지구에서는 기후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물, 대기 중 기체 원소, 유기물 등의 안정적인 순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후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났다.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복사열이 감소해 지구 온난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결국 홍수, 폭우, 사막화,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를 유발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는 인류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400~500년을 주기로 약 1.5℃의 범위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변화했다. 예전의 기온 상승이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의해 일정한 패턴으로 상승한 것이라면, 요즘의 기온 상승은 온실가스라는 요인으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는 1800년대에 280ppm, 1958년에는 315ppm, 2000년에는 367ppm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외의 다른 온실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온실가스의 급격한 증가가 기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가시적인 피해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현상을 들 수 있다. 위성 관측 결과 지표면의 눈은 1960년대 이래 약 10% 감소했으며, 온도 상승이 심한 북반구에는 봄·여름의 빙하가 1950년대와 비교해 10~15% 줄었다. 또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17㎝가량 상승했고, 특히 2003년까지 지난 10년간 해수면의 상승 속도가 2배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최고 높은 곳이 해수면 기준 4m밖에 되지 않는 국가 투발루는 국토의 대부분이 침수됐다. 키리바시 공화국의 섬 2개는 이미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구 온난화는 1972년 로마클럽보고서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보고됐다. 그 후 1985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임을 선언했다. 1988년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구성됐다.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후변화협약(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 협약)'이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인류에 의해 발생되는 위험 요소들이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를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의 참가국 178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54개국이 협약에 서명했다. 1994년 3월 발효, 2007년 8월 192개국이 비준한 상태다. 1995년 3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1차 당사국 총회에서 협약상 감축의무만으로는 지구 온난화 방지가 불충분함을 인정하고, 1997년 12월 교토에서 개최된 3차 당사국 총회에서 2000년 이후 선진국의 감축 목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후변화협약과 달리 감축 목표 수준 및 설정방식, 교토 메커니즘을 도입한 구체적인 국제협약이다.

1822년 프랑스 수학자인 장 밥티스트 조제프 푸리에(Jean Baptiste Joseph Fourier, 1768~1830)는 지구의 대기가 온실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최초로 언급했으며, 1896년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ugust Arrhenius, 1859~1927)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지적했다. 그 후 1938년 영국의 캘린더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빛 에너지 중에서 34%는 구름이나 먼지 등에 의해 반사되고 지표면에는 44% 정도 도달한다. 지구는 도달한 태양 에너지 중 일부를 적외선 형태로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적외선 파장의 일부를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흡수한다. 적외선을 흡수한 온실가스 내 구성 분자는 에너지가 높아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안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높아진 에너지를 외부로 다시 방출하는데 이 에너지에 의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화불화탄소류, 과불화탄소류, 육불화황, 오존, 수증기 등이 있다. 국제기구협의회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을 지구 온난화의 주범 6대 온실가스로 지정했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배출된다. 메탄은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 가축의 배설물, 초식 동물의 트림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과불화탄소, 수소화불화탄소, 육불화황은 냉매, 반도체 공정, 변압기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이산화탄소는 80%를 차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곧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추는 것과 같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네 가지를 발표한 바 있다. 첫째 방법으로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수력, 조력, 풍력, 지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물 분해에 의한 수소에너지 이용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아직 발전 효율이 낮기에 현재 전 범위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둘째 방법으로는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나 방사선 노출의 위험이 공존한다. 셋째 방법으로는 절약 및 효율 향상 기술이다. 사용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거나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상품을 만들고,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이 작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또 넷째 방법으로는 CCS(CO2 Capture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개발이다. 발전소·제철소와 같은 대형 이산화탄소 발생 시설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지하 1000m 이하의 대염수층에 압축·저장하는 방법으로 2020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이산화탄소 연배출량이 58Gt(Gt:기가톤, 1Gt=1,000,000,000,000㎏) 발생할 것이며 인류는 결국 공멸하고 말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끼치는 영향은 전 세계에서 관측되고 있다. 대부분은 온난화와 강수량의 변화로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전 대륙과 전 해상에서 관측할 수 있다. 지속적인 온난화는 인간과 생태계에 "심각하고 만연하며 돌이킬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를 21세기 생존의 가장 큰 위협 요소라고 분류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981년에서 2010년 사이 전 세계 옥수수, 밀, 콩의 수확량이 감소했다.[188] 미래의 온난화는 주요 작물의 전 세계적 수확량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 저위도 국가에서는 농작물 생산량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더 북쪽 고위도 국가에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에는 모든 유엔 국가가 지구 온난화를 2.0°C 이하로 유지하고 추가적인 온난화 폭을 1.5°C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파리 협정에 합의했다. 파리 협정은 기존의 교토의정서를 대체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 협정에는 구속력 있는 구체적인 배출량 제한 목표치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일련의 제한 절차가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다. 각국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더 진보적인 배출량 제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파리 협정에서는 개발도상국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2022년 기준 194개국과 유럽연합이 파리 협정에 서명했으며 191개국과 유럽연합이 파리 조약을 비준하거나 당사국으로 가담했다.

경제 발전을 위한 인류의 탄소 사용이 인류의 멸망을 촉진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탄소를 줄이면서도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변화, 즉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경제 운영의 새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