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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일자리 빼앗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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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일자리 빼앗는다고?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한 이후 수많은 매체에서 거의 매일 AI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다. 생성형 AI는 AI가 스스로 학습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기존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제너러티브(Generative) AI라고도 부르는 생성형 AI는 등장과 동시에 인쇄, 디자인, 출판, 통계, 회계, 상담서비스 등의 직업이 위협받고 있다.

당장 프롬프트 몇 개만 입력하면 AI는 전문 디자이너가 하루 종일 작업해야 하는 이미지를 수십 종류나 뚝딱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게임업계에서도 디자인과 그래픽 작업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회계나 통계 분야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인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미래는 항상 장밋빛 전망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거창한 설명은 접어두고 당장 컴퓨터가 발명됐을 때 사람보다 수백 배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컴퓨터로 인해 사람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여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을 그와 정반대다. 또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그리고 앱 마켓이 보편화됐을 때도 그러한 예상이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긴 쉽지 않았다.

로봇이, AI가 발전할 때마다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언론사마다 대서특필한다. 과하게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그런데 정말 그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신기술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신기술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일자리도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비전문가인 기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 마이클 글래스먼(Michael Glassman)은 "미래 인공지능이 현재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겠지만, 실제로 사라지는 직업의 수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의 등장으로 농부의 절대적인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간접 일자리와 농업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신흥 사업이 증가하는 등 농업과 관련 있는 사업이 증가했듯이 생성형 AI가 반드시 인간의 일자리를 줄인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물론 생성형 AI 챗봇이 고객의 불만과 감정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콜센터 직원 상당수가 실업 위기를 겪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일부 직군은 생성형 AI로 인한 변화를 정통으로 맞고 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AI가 등장하기 전부터도 무수히 반복됐다. 자동차와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마차나 인력거가 사라졌고 자동문이 생기면서 버스 안내양이 사라졌다. 전화기가 처음 보급되던 당시에는 송신자와 수신자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아 전화교환원이 일일이 수동으로 연결해줬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또 극장 간판을 책임지던 화가, 굴뚝 청소부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대거 축소된 직업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이하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이하 오스본 교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향후 미국의 일자리 중 47%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2016년 12월 고용정보원은 이 두 교수의 기법을 활용해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를 발표했다. 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2016년에서 10년이 지난 2025년이 되면 전체 일자리의 71%에 달하는 일자리가 AI와 로봇 등으로 대체될 위험이 있으며, 이를 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174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2025년까지 1년 반도 안 남겨둔 현시점에서 그런 드라마틱한 일자리 감소는 감지하기 어렵다.

다가올 미래의 변화가 두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침소봉대해 앞으로 벌어질 일인 양 대중을 위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