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통칼럼] 위풍당당 동네 슈퍼, 오늘과 내일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1

[유통칼럼] 위풍당당 동네 슈퍼, 오늘과 내일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원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원구원 이사장
한국 유통산업 구조변화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편의점 개설에 거리 제한규정이 없어지면서, 번성하던 동네 슈퍼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축소되었다.

SSM이 2006년부터 5년간 매년 200개 이상 점포 증가로 1만 개가 넘고, 편의점은 2007년 1만 개, 2011년 2만 개, 2016년 3만 개, 2018년 4만 개 등 재벌 유통기업 천하가 되었다.
동네 상권에서 목이 좋은 동네 슈퍼도 매출이 줄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낌새를 보이면 즉시 개발 요원이 찾아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게 되면서, 많은 점포가 편의점 등으로 전환했다.

동네 슈퍼를 대표하는 KOSA는 “대기업이 코 묻은 돈까지 쓸어간다” 반발하자,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내려졌지만, 속수무책이었다.
2015년 필자는 중기중앙회에 SPC(특수목적기업)인 ‘스마트기반의 광역 중소공동물류센터 설립과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KOSA 전무이사를 퇴임하자 논의는 했으나, 사업은 무산했다.

2020년 이후,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편의점과 온라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형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식자재 마트’ 번성으로 인해, 동네 상권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되었다.

2021년 말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이겼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아직 슈퍼마켓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것은 동네 슈퍼의 숫자는 줄었지만,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수도권·영남지역에서 활성화되는 중소기업형 슈퍼(식자재 마트)에 기인한다.

필자의 경험과 직관으로 보면, 생계형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50평 미만의 동내 슈퍼는 2002년 약 150,000개에서 2012년 80,000개로 감소하고, 현재는 50,000개 미만으로 봐야 한다.

우리 중소유통산업 정책은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방했다. 따라서 민간 기능보다 정부 역할과 기능에 의존하는 정부 주도형으로 발전했기에 위기상황에서는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국제환경 변화, 기후위기, 가구구조 변화 등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기존 의무규정에도 실효성 논란과 대규모 점포개설 금지 등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주도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패라는 부작용의 심화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중기부는 스마트슈퍼(낮:유인, 심야:무인 운영)를 위해, 종합진단·스마트기술 도입·스마트점포경영 교육·사후관리지원 등으로 2025년까지 4,000개 점포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중기부는 시범점포 운영, '나들가게' 스마트 물류 및 마케팅 제공, 디지털 경영 인프라 강화와 실행방안을 제시했지만, 정권이 바뀐 상황에 제대로 된 정책평가도 없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 역할이 필요한 부분은 4차 유통혁명 시대에 맞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나, 간판 교체·상품재배치·시설 현대화·공동구매만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한 전환대책이 전제돼야 한다.

중기중앙회 등 관련 상부 단체도 동네 슈퍼 단체장들이 대형 유통기업보다 협상력이 떨어지기에 공동전산망 구축과 공동구매자금 활용 등 긴밀히 소통으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3척의 함정이 있다’고 했다. 동네 슈퍼는 감소하나, 아직 전국 4만여 점포가 있어, 조직적으로 무장하고 스마트 융합전략으로 싸운다면 가능성은 있다.

우리 동네 슈퍼들도 정부 기관이 지원하되, 정부 중심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 도입과 민간과의 협치, 점주의 자발적인 혁신 역량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원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