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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가(社歌) 부를 줄 아는 포스코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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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가(社歌) 부를 줄 아는 포스코그룹 회장

채명석 산업1부장
채명석 산업1부장
“끓어라 용광로여 조국 근대화, 줄기차게 밀어가는 장엄한 심장 / 겨레의 슬기와 의지를 모아, 통일과 중흥의 원동력 되자 / 내일의 풍요한 조국 건설의, 내일의 풍요한 조국 건설의, / 기적을 이룩하는 우리의 포스코”

포스코 사가(社歌)의 1절 가사다. 박목월 시인이 작사, 김동진 작곡가가 작곡을 맡아 제작한 포스코 사가는 지난 1973년 4월 27일 회사 포항제철소 1고로 가동을 앞두고 전 직원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철강업계 최초로 만들어진 소통경영의 핵심 콘텐츠다. 총 3절로 구성됐는데, 가사 내내 철강 보국을 통한 조국 근대화에 앞장서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자는 다짐이 이어진다.
모든 기업은 고유의 경영철학을 갖추고 있다. 경영철학은 대개 사시(社是)·사훈·강령·지침·사가와 같은 형태로서 객관적으로 표현된다. 그중에서도 사가는 회사의 경영철학을 음악으로 표현해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부름으로써 최고경영자(CEO)에서 말단 사원까지 자연스레 회사의 경영철학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지난 2010년 포스코그룹에서는 회장이 나서서 사가 부르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계층별 신뢰 소통을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하면서 임원, 직책 보임자, 조력자(facilitator), 노경협의회 위원들과 출자사 임원, 직책 보임자들에게 ‘소통’을 핵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배포했는데, 이 가운데 핵심이 사가였다.

당시 포스코는 해외 지사 설립 확대‧에너지 사업 진출 등 외형을 확대했다. 특히 그해에는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인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새 식구로 맞이하는 한편, 역시 설립 이래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고로 일관제철소 공사를 시작했다. 비(非)포스코인들의 합류, 외국인 직원의 증가 등 외형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소통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나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다는 ‘원 포스코(One POSCO)’ 실현을 위한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가 부르기에 맞춰 포스코그룹은 다양한 세대·국가·인종이 어우러져 포스코패밀리 직원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인 ‘드림송(Dream Song)’을 제작했다.

작곡가 방시혁이 작사·작곡을, 가수 김장훈이 노래한 드림송의 가사는 “아름다운 세상 함께 꿈을 꾸죠 / 가슴 뛰는 미래 포스코 패밀리 / 멀고 험한 길 우리는 도전하죠 / 세계를 위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요 / 그대 가슴이(그대 가슴이) 벅차오르게 / 그대의 꿈이(그대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 모두 다 함께 손잡고 신화를 만들어 가자/ 세상을 움직이는 포스코 패밀리”이다. 미래 성장을 지향하는 포스코맨의 꿈과 의지, 포스코패밀리사가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과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어떨까. 직원들이 교육받아 알고는 있지만, 원래의 사가는 창립기념일이나 공식 행사 때 연주되는 노래, 드림송도 그런 노래가 존재하는구나라는 수준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기자가 그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사가가 불리지 않는 회사에서는 항상 소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1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CEO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내년 2월 중순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할 예정이다. 많은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분 중에 심사 과정에서 사가 한 곡조 멋지게 불러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가를 부를 줄 아는 이라면, 포스코 경영철학과 지향점을 파악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리더의 자격을 갖춘 이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해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