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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조직개발 컨설턴트의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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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조직개발 컨설턴트의 고찰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세상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그리고 남들보다 쉽게, 혹은 남들보다 탁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개인의 전문성이 된다. 1999년 IBM 글로벌 서비스에서 일하던 데이브 스노우든은 '커네빈(Cynefin)'이라는 단어로 문제를 분류하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커네빈'은 한 개인이 삶 가운데서 자신을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며 상호작용의 관계를 형성해 온 모든 물리적 상황과 환경(지역, 종교, 문화 등)을 가리키는 영국 웨일스의 단어라고 한다. '문제'란 다름과 다름의 사이에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의 사이,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사이 등 차이가 나는 것들이 서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며,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필연적인 요소임에 분명하다.

결국 더 잘 '연결'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다르게 하거나, 새롭게 해야 하는 모든 지점들이 문제 해결의 영역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커네빈에서는 문제를 예측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느냐에 따라 5가지 영역으로 정의하는데, 'Simple'의 영역은 인과관계가 명확하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선'의 해결책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Chaotic'의 영역은 원인과 결과의 연관성이 없는 혼돈의 상태로, 해답을 찾는 것보다 당장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대처하는 것이 더 시급한 영역으로 정의한다. 'Complicated' 영역은 인과관계가 다소 복잡해 보이나,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며, 'Complex' 영역은 인과관계 파악이 어려울 뿐더러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마지막인 'Disorder'의 영역은 4개 영역이 존재하는 4분면 사이, 정 가운데 존재하는 영역으로 무질서의 영역으로도 불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고도화될 수록 'Complex'로 분류되는 문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 문제들의 속성을 얼핏 살펴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가,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적인' 경우를 공통점으로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 혹은 사람과 관계된 무언가를 다루는 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다루는 일들이 주로 해당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한 개인의 문제조차도 이리 복잡한데, 이러한 개인들이 집단을 이루는 '조직'의 문제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랜 세월 정립한 원칙이나 공식조차도 때때로 무의미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영역을 다뤄야 하는 이에게는 '해결'보다는 '실험'이, '완성'보다는 '도전'이 더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Complex'라는 프레임에 갇힌 문제지만 그 어떤 문제보다도 한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며, 때로는 '실패'를 즐길 줄 아는 태도조차 역량으로 간주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길지 않은 시간동안 꽤 다양한 일을 경험했고, 상당히 많은 조직을 경험하며 어떤 문제든 '문제'라는 것에 가슴이 뛰고, 정해진 답이 없을수록 눈빛이 반짝거린 적도 있었으나, 거듭되는 '성공만이 아닌' 결과에 침울해지는 것 역시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조직개발 프로젝트는 상당히 단기간에 해결이나 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주어진 기간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는 해당 조직의 '문제'를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이 기존 구성원에서 대비 한 명 더 늘어나는 수준으로 거듭되는 것만 같았다. 프로젝트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진다면 문제에 매몰될 위험도 적지 않았다.

조직이 가진 문제란 이토록 변화무쌍하고 복잡하여 정말 적확한 해결책을 찾기란 어려운 것일까? 그러한 문제를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것도 최대 반년 안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만일 가능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종류의 문제이며,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인물인가? 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낳게 한다.

이러한 질문들을 선배들에게 던져 보았으나, 들려오는 대답들은 석연치 않았다. 그럼에도 필자의 성공과 실패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짧은 경험과 견식으로 조직개발 컨설턴트가 너무 좌절만은 하지 않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해보려 한다. 시도와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 틀에 갇히지 않는 창의적 사고, 가장 레버리지가 큰 해결 포인트를 찾아내는 통찰력은 당연한 얘기이니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첫째, 그 조직이 가진 문제의 답은 그 조직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조직은 분명 이를 알고 있다. 조직을 하나의 개인으로 바라보고, 그 조직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개인이 가진 전인성과, 기능 조직, 세포들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개인을 코칭하는 것과 같은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들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관찰하고 읽어내는 것, 적당히 먼 거리에서 조직을 전체이자 일부로 줌 인하고 줌 아웃하는 시야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을 수 있겠으나, 줌의 스펙트럼 어딘가 문제 해결의 레버리지가 큰 지점을 2-3개 이상 고르고, 동시에 인터벤션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차원과 팀 차원, 리더 차원 각각의 개입을 시도하되, 그것들이 연결되어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점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또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현상의 수습 차원과, 장기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본질적 변형 차원을 같이 도모하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마지막으로, 이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컨설턴트의 도식화 능력은 복잡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리의 레벨과 접근 방식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으며, A라는 도식화에서 발견된 문제가 사실은 문제가 아니었으며 100번째 다시 그린 A라는 도식화에서 비로소 우리가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실체를 들어낼 수 있다. 때때로 문제란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것이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해결할 수 있는지의 영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해결하고 싶고,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우리는 그 시도를 유의미한 아이데이션에서 클로징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필자 본인을 위한 새해의 다짐이기도 하다. 수많은 다이어그램들이 모여 언젠가는 같은 질문에 더 적확한 답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복잡성이 높은 문제는 불안을 수반한다. 불안에 매몰되면 우리는 목표를 낮추거나 문제를 바꾸게 된다. 그럼에도 그 문제를 마주해 보겠다는 의지는 문제를 다루는 이의 개인적 비전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문제에 압도당하는 많은 해결’시도’자들이 불안을 나를 주저앉히는 요인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