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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OTT는 지원하고 국산 OTT는 지원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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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OTT는 지원하고 국산 OTT는 지원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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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장 난 TV를 교체해 75인치 스마트TV를 사용하게 됐다. 사실 이전 TV는 구형이기에 스마트TV 기능이 없었고, 게임 콘솔을 연결해 OTT를 시청했지만 국산 OTT 앱을 지원하지 않는 등 불편함이 컸던 터라 새 TV의 만족도는 더욱 컸다.

그렇게 기자는 매일매일 OTT 삼매경에 빠졌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조차 한글 자막을 대부분 지원하고 있어 볼거리가 넘쳐났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한글 자막이 모두 있어서 좋았다. 국산 드라마도 배우들의 발음이 배경음에 묻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막을 함께 틀어놓고 보니 놓치는 대사가 없었다.

사실 넷플릭스가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자막'을 비롯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서비스다. 배리어프리는 말 그대로 장벽 제거를 뜻한다.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누구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 안에 대사와 함께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장소, 음향 등도 함께 표시해 주는 '폐쇄형자막(CC)',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 속 상황을 설명해주는 '화면음성해설(AD)', 소리를 듣기 힘든 이들을 위해 대사 외에 모든 음성을 문자로 표시하는 '텍스트음성변환(TTS)' 등 다양한 시청각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가 없는 이로서는 이런 서비스가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우연히 메뉴에서 살펴본 다양한 시청각 지원 기능은 '글로벌 기업이 확실히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 고민을 많이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주요 콘텐츠에 폐쇄형자막·화면음성해설·텍스트음성변환 기능을 모두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OTT 업체들은 어떨까? 아쉽게도 외산 OTT보다 그러한 지원이 부족했다. 왓챠·쿠팡플레이·웨이브·티빙 모두 폐쇄형자막은 지원하지만 화면음성해설은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 텍스트음성변환의 경우 왓챠만 지원하고 다른 세 곳은 지원하지 않았다. 시각이나 청각에 장애가 있다면 외산 OTT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다양한 지원은 결국 '자본의 크기'와 연결된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에 부딪힌다. 한 OTT 업계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문의하니 아니나 다를까 "비용 이슈"라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자막 작업만 해도 편당 몇십만원이 드는데 폐쇄형자막은 비용이 더 들고 음성해설도 성우 기용, 별도 스크립트 제작 등 더 비싸진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공하는 콘텐츠는 수십만, 수백만 개씩 되니 이것을 다 할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 위주로 선별해서 최대한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글로벌 최대 OTT인 넷플릭스와 매출 적자에 허덕이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OTT 업체들과 1대1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알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그런 배경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나에게 혜택과 이득이 있는가, 없는가만 판단한다. 냉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작품들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발적 대성공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했던 '오징어 게임'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 '지옥', 경성크리처', 'D.P.', '마스크걸' 등을 흥행 성공시켰고 디즈니플러스도 '카지노' 이후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같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들 작품은 시각장애나 청각장애가 있어도 모두 즐길 수 있다. 반면 국산 OTT에 올라온 흥행작들은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모두들 'K-무비', 'K-드라마'의 성공만을 얘기하지만 반대로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글로벌 OTT 기업들의 태도는 부러워해도 좋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