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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들, 등록금 인상 요구 전에 적립금 활용부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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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들, 등록금 인상 요구 전에 적립금 활용부터 해라

지원선
대기자

매년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연초에는 등록금 문제가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연례행사처럼 등장한다. 올해도 여지없이 등록금 인상 문제가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15년째 이어져 교육과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고물가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 형편에 등록금마저 올라 대학 교육을 포기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한다고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반값등록금 정책 목표가 설정된 뒤 올해로 15년째 동결됐다. 현행법상 등록금 인상 상한율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말 올해 대학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을 5.64%로 공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16일까지 전국 4년제 일반대 137개대 가운데 14%인 19개대가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4년제 대학 총장 중 46%는 향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거나 올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 대학은 80%나 된다. 이는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1일 열린 4년제 대학 총장들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로 4월 총선 이후 인상 움직임이 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요구는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15년째 동결에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유지 충원율이 갈수록 떨어져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 연구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합리적인 경영을 우선해야 한다. 어려운 재정 상황을 하소연하기 전에 교비회계 적립금 활용 등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 대학알리미가 지난해 8월 공시한 2022년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의 교비적립금은 8조3518억원으로 전년 8조1353억원보다 2165억원 늘었다. 상위 8개 대학은 대학당 1000억원 이상 쌓아놓고 있다. 상위 13개 대학 중 8개대는 오히려 적립금이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교비회계 적립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별도 기금으로 축적해 두는 금액으로 건축비용 충당, 장학금 지급, 연구 장려, 퇴직금 지급, 학교발전 등을 위해 예치·관리하는 자금이다. 따라서 교육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적립금 축적이 과도해지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대학들은 우선 8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풀어 교수 확보와 첨단 기자재‧시설 등에 투자해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들이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쥐어짜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워 가정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에 기대는 것은 대학이 할 짓이 아니다.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등록금 인상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적립금을 대학 경영에 사용해야 한다.

정부도 방만하게 운영되는데다 지난해 잉여금이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용도를 초·중·고 교육에 한정하지 말고 대학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교육 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됐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미미하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