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정책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면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교통 격차 해소, 제2 대덕연구단지 건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수도권 교통 개선, 도심 철도 지하화, 광역급행철도 도입 등이 민간 자본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 재원을 추가로 어떻게 마련할지 세부 계획은 오리무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일 국정연설에서 기업과 부자 대상 증세로 4조9000억 달러가량 세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약 5억250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는 연방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저한세를 현행 15%에서 21%로 대폭 올리겠다고 했다. 그는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인상하고, 억만장자에게 최소 연방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억만장자에 대한 증세 조처 중의 하나로 미실현 자본이득에도 25%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향후 10년에 걸쳐 5000억 달러가량 세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바이든은 기업·부자에 맞서는 ‘전사(戰士)’를 자임했다. 기업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제품 가격이나 서비스료 인상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범정부 기동타격대(Multy Agency Strike Force)’도 운영한다. 그는 통신료, 항공료, 호텔 숙박비, 콘서트 입장권, 자동차 렌트비 등에 숨겨진 ‘정크 수수료(junk fee)’ 차단 조처를 했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에도 행정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이렇게 생색을 내도 미국 유권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CNN은 “트럼프가 기업과 부자를 위한 경제 정책을 추진해도,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경제적인 형편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NBC 뉴스가 실시한 조사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서 경제 정책 지지율이 트럼프 61%, 바이든 25%로 나타났다.
미국 유권자들의 태도를 보면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유권자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게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총선을 앞둔 한국의 정당과 지도자들도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 제시보다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