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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저출생대응기획부'와 미국의 국토안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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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저출생대응기획부'와 미국의 국토안보부

미운 오리 새끼 신세 국토안보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출범 전부터 좌표 잘 잡아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고령화 대비하는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했다. 더불어민주당도 4·10 총선 과정에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제안한 데 이어 박찬대 원내대표“저출생과 관련한 특별한 정부 기구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전향적으로 찬성”이라고 화답했다. 앞으로 국회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겠지만,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부 부처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저출생부 신설은 미국에서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2003년에 출범한 국토안보부(DHS)의 현주소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에서 국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당한 9·11 사태를 겪자 테러 방어가 가장 시급한 국가적 어젠다로 떠올랐다. 그 바람을 타고 무려 22개 유관 기관의 기능을 떼어내 하나로 묶은 거대 공룡 부처가 생겨났다. 이 부처 출범을 주도했던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2002년 6월 “지난 50년 사이에 가장 중요한 정부 조직 개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DHS는 한때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첨병으로 정치권에서 주목받았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도 했다. 인력과 예산 배정 과정에서도 특혜를 누렸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DHS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DHS는 현재 직원 26만 명을 거느린 미국에서 셋째로 큰 부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출범 21년을 맞은 DHS는 지금 보수·진보 진영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미 하원은 지난 2월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는데도 국경법 집행을 거부해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64)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장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안을 기각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제 DHS에 대한 예산 배정 중단 또는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칩 로이(텍사스·공화) 하원의원 등이 예산 배정 중단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11월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팀 쉬히 몬태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등은 DHS 해체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DHS는 몸집이 커지면서 숱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부처 내부에서조차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가동되지 않아 삐걱거리기 일쑤고,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국가적 어젠다가 바뀌었다. AP통신은 “이제는 국제적 테러가 아니라 이민, 사이버 보안, 국내 테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에서 부시 당시 대통령이 DHS를 만든 것은 시류에 영합한 실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다수의 예비 후보들이 교육부 등 연방정부 부처 폐지 공약을 내놓았다.

한국의 저출생대응기획부가 미국의 DHS와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출범 전에 좌표를 잘 잡아야 한다.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여러 정부 부처 기능을 통합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 위기를 맞은 한국이 전담 정부 부처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기대부터 접어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