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부 신설은 미국에서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2003년에 출범한 국토안보부(DHS)의 현주소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에서 국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당한 9·11 사태를 겪자 테러 방어가 가장 시급한 국가적 어젠다로 떠올랐다. 그 바람을 타고 무려 22개 유관 기관의 기능을 떼어내 하나로 묶은 거대 공룡 부처가 생겨났다. 이 부처 출범을 주도했던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2002년 6월 “지난 50년 사이에 가장 중요한 정부 조직 개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출범 21년을 맞은 DHS는 지금 보수·진보 진영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미 하원은 지난 2월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는데도 국경법 집행을 거부해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64)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장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안을 기각했다.
DHS는 몸집이 커지면서 숱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부처 내부에서조차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가동되지 않아 삐걱거리기 일쑤고,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국가적 어젠다가 바뀌었다. AP통신은 “이제는 국제적 테러가 아니라 이민, 사이버 보안, 국내 테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에서 부시 당시 대통령이 DHS를 만든 것은 시류에 영합한 실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다수의 예비 후보들이 교육부 등 연방정부 부처 폐지 공약을 내놓았다.
한국의 저출생대응기획부가 미국의 DHS와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출범 전에 좌표를 잘 잡아야 한다.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여러 정부 부처 기능을 통합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 위기를 맞은 한국이 전담 정부 부처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기대부터 접어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