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따르면 높은 계약 성공률은 분신처럼 끼고 다니는 고객 다이어리 덕이다. 그 다이어리를 '금광'이라고 부른다. 20여 년간 쌓아온 비즈니스 인맥과 사적 관계의 에피소드가 시계열로 빼곡하다. 그는 인맥이 아닌 '금맥(金脈)'이 담긴 책이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2조773억원의 매출을 올린 컬리는 영업손실을 38.5%나 줄였다. '컬리 파트너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에 재고 정보, 판매 지표, 고객 주문 형태, 카테고리 랭킹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는 고객사의 제품 기획과 공급, 판매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렇게 컬리는 데이터 판매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알스퀘어는 자신들이 쌓아온 30만 개에 이르는 국내외 건물 등 상업시설 정보를 임대차, 매입매각, 투자자문 등 자체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를 넘어 회사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를 통해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외부 투자기업에 본격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유명 자산운용사와 해외 최대 투자기관과의 데이터 공급 계약도 눈앞이다.
해외에서도 데이터 수익화는 활발하다. 테슬라의 FSD(자율주행기술) 주행거리는 20억㎞를 상회한다. 다른 완성차 기업보다 크게 앞선다. FSD를 타 완성차 업체에 판매해 추가 수익을 거두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는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증설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기업들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얻어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고객 거래 및 시장 핵심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신사업 기회를 찾거나, 개선이 필요한 '고객님'의 러브콜을 받는다. 바닥부터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기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 수익화는 불황기에 주목받는 비즈니스다.
여러 차례 업종을 바꿨지만, B2B 업계를 벗어난 적 없는 그 동기는 "술 한 잔에 내 '금광'을 노리냐"며 얼마 전 나를 타박했다. '하루만 다이어리를 빌려 보자'는 부탁 한마디에 머쓱해진 나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로 넘어온 지 3년 된 햇병아리다.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 실장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