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화를 만드는 제조 기업은 판매가 부진하면 물류창고에 재고가 하나둘 쌓이고, 보관·유지 비용도 먼지와 함께 쌓여간다. 또한, 재고 소진이 오래 걸리면 그 사이에 트렌드가 변해 현재 상품의 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어 감가상각 비용도 예상보다 커진다.
필자가 얻은 시사점은 과거와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지, 꼭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전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DX와 AX를 도입하면 좋겠지만, 초기 구축 비용이 상당히 크게 들어가기에 현실적으로 국내 중소 제조·판매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건설기계 제조 기업을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신축 건수가 급감하고, 원자재와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올라 건설 현장도 멈추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건설기계 수요 역시 줄어들었다. 재고 보관·유지 비용 등 고정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매출이 줄어 사업자금 융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더 심각하다.
이때 렌털 전환을 도입하면 비싼 가격과 향후 자금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고객이 렌털 또는 구독이라는 초기 부담이 적은 소유 방식에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진다.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돈맥경화'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꼭 중장비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도 구독 방식으로 세계 최대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이 되었다. B2C부터 B2B 상품까지, 소비자의 수요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렌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오히려 렌털로 전환하면 해당 브랜드의 장기적인 충성 고객이 될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필자가 창업한 렌털산업 클라우드 플랫폼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제조·판매 기업에 렌털 전환 컨설팅을 진행하고, 효과적으로 대여·재고 자산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여·재고 자산 데이터를 디지털로 관리해 향후 이를 근거로 금융권으로부터 적정한 기업 가치와 신용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성장과 확장을 위한 금융상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객의 더 나은 생활에 기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도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자연스럽게 잊히는 일이 없도록 오늘부터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소비자와 만나는 방법이 꼭 판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핀스 김병석 각자 대표이사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