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에서 '코스피 5000'을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증시는 연일 상승세다. 지난 2일 이후 이어진 랠리로 코스피는 어느덧 3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 매수세가 '허니문 랠리'를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다. 새 정부가 진정한 '레벨 업'을 이루려면 전방위적인 중장기 로드맵이 필수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한국거래소(KRX)를 다시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직후 자본시장의 심장부를 방문한다면 '행동으로 소통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증권 관련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손질하고, 공매도·블록딜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KIC 등 장기 자금이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같은 전략산업으로 유입되도록 투자 가이드라인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배당소득세 인하와 자사주 소각 인센티브를 결합한 '주주환원 패키지'가 가동된다면 한국 증시는 아세안 평균을 뛰어넘는 배당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과제가 '시장 접근성' 개선이다. 해외 우량 기업의 동시 상장(코리아 DR) 플랫폼을 마련해 투자 저변을 넓혀야 한다.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패스트트랙' 상장 통로를 열어 성장 자본이 증시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속도'와 '폭'을 동시에 키워야만 코스피 5000 시대가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혁신 서비스가 실제 투자상품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모바일 기반 투자자 교육 플랫폼으로 투자 저변을 건강하게 넓히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기업 투명성 강화로 코스피 2000 시대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2600 시대를 열었지만 정책 속도가 더뎌 랠리가 오래가지 못했다. 새 정부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입법 로드맵 △세제 인센티브 세부안 △감독당국 공조 체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끊김 없는 정책 드라이브'가 기대를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 핵심 열쇠다.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변수가 아닌 상수여야 한다. 지배구조 등급별 차등 의결권, 순환출자 해소, 대주주·경영진 책임 이사회 강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외국인 리스크 프리미엄이 실질적으로 사라진다. 금융위·공정위·법무부·기재부에 흩어진 권한을 하나로 묶는 '자본시장 개혁위원회' 신설도 검토할 만하다. 제도가 있어도 이행 관리가 느슨하면 시장은 금세 실망 프리미엄을 덧붙인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감독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다. 거래소와 금감원에 AI 기반 시장 감시 체계를 도입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면 불공정 거래는 시도 단계에서 차단된다. 이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한국 시장의 '공정성 프리미엄'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ESG 패러다임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단계적 ESG 공시 의무화와 탄소 국경세 대응 전략을 병행하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커진다. 지배구조 투명화, 주주친화 세제,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코스피 3000선이 단순한 벽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대통령의 KRX 방문이 투자자와 국민 모두에게 "이제 한국 증시는 할인 시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이라는 확신을 주길 기대한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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