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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첩첩산중’ 홈플러스, 새 주인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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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첩첩산중’ 홈플러스, 새 주인에 관심

조용철 유통경제부 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조용철 유통경제부 부장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소유주 MBK파트너스가 회사 매각을 위해 지분 2조5000억 원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아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MBK는 지난 2015년 재매각 목적 기업인수인 바이아웃(Buyout)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불황 등 악재가 겹치면서 10년째 기업 매각에 실패했다. 홈플러스는 계속된 경영난에 최근 청산이 더 타당하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MBK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선택하면서 2조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 소각되며, 경영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매각가를 최대한 낮춰 M&A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 운영사로 임직원이 1만9000여 명이나 돼 폐업할 경우 경제적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가 전 M&A는 종전 지분(구주)을 매각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해 이를 인수자가 사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MBK는 자사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 원어치를 전량 무상으로 소각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던 홈플러스 몸값이 이번 M&A에선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을 포기하면 매물의 무게가 대폭 줄어들고 이에 따라 새 인수자와의 협상에 따라 매각가가 1조 원 밑으로 내려갈 여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 입장에선 홈플러스 몸값이 저평가된 수준으로 가벼워지고 대형마트 126곳, 기업형 슈퍼마켓(SSM) 308곳에 이르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홈플러스에 관심을 가질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는 네이버·GS그룹·한화그룹 등 유통 관련 대기업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쿠팡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도 홈플러스 M&A에 참여할 공산이 큰 곳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이커머스의 약진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M&A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4월 집계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부실 점포를 대폭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깊어지면서 MBK도 지난해 6월 SSM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법정관리 사태로 계획을 취소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결과 청산가치(3조7000억 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 원)보다 높게 평가됐다. 당초 청산가치가 더 높으면 회생절차는 폐기된다. 다만 인수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으로 회생 채권 등을 갚으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이에 따라 인가 전 M&A 허가권을 가진 법원의 판단에 시선이 쏠린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이달 중순 정도에 나올 전망이다. 회생계획안 제출은 인수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진다. 그러나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통매각이 아닌 사업부별 분할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대규모유통업법과 같은 경직된 규제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의 차입 인수, 투자 부족, 온라인 쇼핑 전환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는 유통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하면서 기업 특성과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경직된 규제가 기업 특성과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시장 역동성을 저해하고 산업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