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조용한 퇴사’와 관련해서는 계절성(Seasonality)을 지닌 농사를 비유로 들면서 일과 삶에 대한 균형 있고 순환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농사는 계절마다 해야 하는 고유한 활동이 있고, 그중 어느 것도 1년 내내 동일하게 수행하지는 않는다. 밭을 갈아야 하는 시기가 있고, 씨를 뿌리는 시기가 있으며, 물을 공급하거나 수확을 해야 하는 때가 있다. 때로는 휴경지를 둠으로써 토양이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고, 농부 자신에게도 스스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부여한다. 이 모든 것이 성장과 수확 그리고 휴식이라는 자연스럽고 순환적인 리듬을 따라 이루어진다.
뉴포트는 농업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에너지와 노력을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조용한 퇴사’를 선택하는 것보다 지혜롭다고 주장한다. 업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존중하고 피로를 방지하며 장기적인 웰빙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는 삶과 일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찾고, 목적을 가지고 일하고, 적절한 휴식뿐만 아니라 적절한 노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그는 업무를 통해 생산성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계절성(Seasonality)’을 참고해 자기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속도와 리듬(Cadence)을 가지고 일하는 방식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농업이나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근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하는 과정에서도 근육이 찢어질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한 후에는 적절한 음식 섭취와 함께 충분히 쉬어주는 시간을 가져야 새로운 근육이 돋아날 수 있다. 내가 가진 정신력과 마음을 다해 몰입해서 일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하면서 생각과 마음을 돌보고 정비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워레밸(Work-Rest Balance)’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매일 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는 매일매일 힘들게 돌을 밀어 올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처럼 보이겠지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니, 그렇게 반복해 돌을 밀어 올리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버텼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조직 생활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해온 사람들이라면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휴가·근태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체감할 것이다. 이제 퇴근 시간이 지나도 눈치가 보여 야근을 하거나 해야 할 업무를 다 했는데도 겉으로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지속 가능한 속도로 고품질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자신의 리듬을 벗어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하다가 번아웃의 위기에 처해 있지는 않은가? 그럴 때 조용한 퇴사라는 전략을 택하기보다 자기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그 리듬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