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아 밭농사 위주의 농사를 짓는 제주도에 전 재산을 쏟아부어 논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에게 '곤밥'을 먹을 수 있도록 헌신한 김광종의 관개수로 개척 스토리를 담은 책 '김광종 곤밥하르방'에 대해 그의 5세손 김창희 전 현대자동차 그룹 부회장이 한 말이다. 이 책은 제민일보 기자와 월간지 '우리문화' 편집장을 지내고 '컬처플러스' 대표이사로 일하는 제주도 출신의 강민철 작가가 발품을 팔아 펴냈다.
강 작가는 "김광종은 온갖 비웃음과 조롱을 무릅쓰고 불굴의 의지와 집념으로 10년 만에 관개수로를 완공해 화순리를 비롯해 제주 사람들이 제사상에 메를 올리고 가족들과 곤밥을 먹을 수 있게 한 어르신"이라고 평가했다. 강 작가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이웃을 생각하는 김광종 어르신의 개척과 애민 정신은 19세기만의 것이 아닌 21세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작가는 화순리지 등 각종 문헌과 김광종의 5세손이자 김창희 부회장의 사촌 형인 김창진 전 제주시장, 화순리 주민으로 김광종영세불망비를 쓴 고 지혁중씨의 손자 지윤창씨, 양재현 전 안덕면 주민자치회 위원장 등 여러 사람을 인터뷰해 과거 제주 농업의 현실과 화순리에 논을 만드는 과정을 꼼꼼히 엮어냈다.
이미지 확대보기1792년 대정현 닥모르, 오늘날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서 태어난 김광종은 불혹인 1832년부터 1841년까지 10년 동안 화순리 황개천 근처 '세오래왓'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제주 최초의 민간 주도 관개수로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암벽을 깎고 바위를 뚫는 악전고투 끝에 길이 670m(논까지 연장한 거리를 합치면 1.1km)의 관개수로를 10년 만에 완공했다. 그는 창고천의 물을 끌어들여 황개천 인근에 드넓은 논을 만들었다. 논은 1만 평에서 시작해 최대 5만 평까지 넓어졌다.
이 덕분에 제주 사람들은 제사와 일상에 먹는 귀한 쌀밥인 '곤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김광종 어르신을 '논하르방' '곤밥하르방'으로 부른다.이미 1938년 논주인들과 그 후손들은 서퀴포시 안덕면 화순리 도채빌빌레 동산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김광종영세불망비'를 세웠다. 30년 뒤인 1968년에는 한문 비문을 한굴로 번역한 비석을 옆에다 또 세웠다. 마을 주민들은 "김광종 어르신의 공덕으로 향그러운 쌀을 먹을 수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주민들은 그를 '전한시대 태수 소신신에 비유하고 전조(田祖, 농업을 다스리는 신)로 모셔 올린다'고 적었다.
김광종이 시작한 민간 관개수로 개척 사업은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채구석 전 대정군수가 1905년 천제연관개수를 개척하기 시작했고 신엄리 출신의 사업가 백창유씨가 1930년 어승생 물을 애월읍 광령리로 끌어와 논을 만들었다. 제주도민들은 이들을 '3대 관개수로 개척자'로 칭송한다.
강 작가는 김광종 어르신이 공사비를 마련한 과정도 추적했다. 제주도를 바다위의 감옥을 만든 '출륙금지령', 갓의 차양 역할을 하는 양태의 제조와 유통, 수익 등을 살펴봤다.김광종은 한양에 갓 양태를 팔면서 수익을 올리고 내려오는 길에 제주에 필요한 물품을 사와서 이문을 남겼다.특히 조선시대 효명세자의 국상 때 김광종이 한양으로 가져간 갓 양태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 넓은 논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논은 마늘밭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77년 착공된 화순리 남제주화력발전소의 토지수용으로 화순리의 논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화순리의 논농사도 2010년 무렵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김광종이 뿌린 개척정신, 관개수로 개척의 역사는 강 작가의 '곤방하르방'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제주 향토문화 연구에 천착한 고 홍순만 제주문화원장은 생전에 "김광종 어르신의 관개수로 공사가 제주도의 역사 기록으로는 처음으로 보인다"면서 "제주도의 산업발전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전기를 그어 놓았고 제주도민의 개척정신과 강인한 정신력을 실증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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