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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불길한 신호 "국채금리 5% 돌파" 케빈워시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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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불길한 신호 "국채금리 5% 돌파" 케빈워시의 저주?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국채금리 왜 치솟나 대체 어디까지? - 인플레이션의 귀환과 글로벌 채권 투매의 경고

글로벌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은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일제히 치솟으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짙은 암운을 드리웠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하루 만에 13.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7%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 역시 4.08%로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은 장기 경제 펀더멘털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의 폭등세다. 30년물 금리는 무려 11bp 오르며 5.12%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마주하는 최고치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곧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즉,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국채를 내다 파는 대규모 '채권 투매(Sell-off)'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국채 금리는 왜 이토록 맹렬하게 치솟고 있으며, 이 비정상적인 궤도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자연스레 시장의 이목은 세계 경제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채권 시장의 텐트럼(발작)은 미 연준의 수장 교체기와 정면으로 맞물려 발생했다. 2018년부터 연준을 이끌며 산전수전을 겪었던 제롬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의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제때 금리를 내리지 않아 정부의 경제 정책에 훼방을 놓고 있다며 파월을 맹비난해왔다. 그 대항마로 내세운 인물이 바로 워시 후보다. 백악관은 그가 취임과 동시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주길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냉혹한 현실 인식은 백악관의 장밋빛 희망과는 궤를 달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워시가 이끄는 새 연준이 당장 금리 인하의 방아쇠를 당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월가를 지배하고 있다. 6%대 PPI와 3.8%대 CPI라는 펄펄 끓는 물가 지표 앞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 후보 본인 역시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섣부른 완화론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아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되레 인상할 확률을 약 50%로 보고 있으며, 내년 3월과 4월까지 인상할 확률은 각각 70%,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를 고대하던 시장의 나이브(naive)한 기대가 처참히 부서지며 국채 금리를 더욱 매섭게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이 사태의 기저에 똬리를 틀고 있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영국의 정치적 혼란이 촉발한 영국 국채(길트)의 금리 급등은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팬데믹과 수많은 경제 위기를 거치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가 부채를 쌓아 올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쉼 없이 국채를 찍어내고 있지만, 물가는 오르고 금리마저 높아지며 이자 상환 부담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의 투자자들,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이제 노골적으로 묻고 있다. "당신들의 정부는 이 막대한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 영국의 재정 위기설이 다음에는 일본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글로벌 채권 시장의 바닥에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국채금리 폭등의 가장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의 공포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들썩이고 있으며, 원유 물동량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바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되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나 뛰어올라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3.8%로 약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잠시 꺾이는 듯했던 물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라는 변수를 만나 다시 고개를 쳐들면서, 시장을 지배했던 물가 안정에 대한 안도감은 일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러한 고금리의 충격파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서양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물가 상승의 고통 속에 키어 스타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국채 투매에 기름을 부었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18%, 30년물은 5.86%를 웃돌며 역시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일본조차 예상을 웃도는 4월 물가 상승률에 직면하며 10년물 국채 금리가 2.7%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7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보는 낯선 풍경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들도 동반 급등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고금리 패러다임'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숨 막히는 국채금리의 고공행진은 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안타깝게도 단기간에 진정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해 보인다. 국채 금리의 의미 있는 하락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 둘째, 물가 지표의 확실하고 지속적인 둔화세 확인. 셋째, 각국 정부의 뼈를 깎는 재정 긴축 및 건전성 확보 노력이다. 하지만 냉정히 현실을 돌아보면, 이 세 가지 조건 중 단 하나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 없다. 이란 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며, 인플레이션의 불씨는 경제 곳곳에 살아 꿈틀대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은 선거와 민심을 의식해 고통스러운 긴축보다는 여전히 포퓰리즘적 돈 풀기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저물가·저금리' 시대의 완전한 종언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채 금리의 급등은 단순히 금융 시장 전광판의 숫자 변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가계의 대출 이자 폭등,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 한계 기업의 연쇄 도산, 그리고 나아가 실물 경제의 깊은 침체를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이자 경고음이다. 이제 시장 참여자들과 정책 당국은 막연한 금리 인하의 환상에서 깨어나, 고물가와 고금리가 상시화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New Normal)에 뼈를 깎는 각오로 대비해야 한다. 국가의 느슨해진 재정 규율을 바로 세우고,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울 진통을 감내하지 않는 한, 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글로벌 국채 금리의 질주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