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중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은 톈탄(天壇)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하면 자금성이나 톄안먼 광장을 우선 떠올렸다. 이번은 다르다. 자금성(紫禁城)이 아닌 그 남쪽의 톈탄(天壇)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은 이곳은 과거 명·청 시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자신의 통치 정당성을 승인받던 성소(聖所)다. 두 정상은 왜 하필 ‘황제의 제단’인 톈탄을 회담 장소로 택했을까? 여기에는 트럼프의 ‘제왕적 야망’과 시진핑의 ‘신(新) 중화 제국’ 꿈이 어른 거리고 있다.
톈탄(天壇)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원융(圓融)의 상징이다. 톈탄은 1420년 명나라 영락제(永樂제) 시절 자금성과 함께 건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제천 의례 시설이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동양의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의 철학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그중 기년전(祈年殿)은 풍년을 기원하던 원형 건물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 기와가 압도적이다. 기둥 하나하나가 계절과 달, 시간을 의미하며 우주의 질서를 담고 있다. 원구단(圜丘壇): 은 황제가 동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노천 제단이다. 황제는 이곳의 정중앙인 ‘천심석(天心石)’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기도했다. 황제는 스스로를 ‘천자(天子, 하늘의 아들)’라 칭하며 오직 자신만이 하늘과 소통할 수 있다는 독점적 권위를 이곳에서 증명했다. 톈탄은 권력의 정당성이 민초가 아닌 ‘천명(天命)’에 있음을 선포하는 장소인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지만, 그의 통치 스타일은 고대 제국의 황제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다. 그는 제도와 절차를 뛰어넘어 자신의 의지를 ‘칙령(행정명령)’으로 관철하며, 자신을 따르는 군중을 향해 포퓰리즘적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트럼프가 꿈꾸는 것은 미국의 부활을 넘어선 ‘트럼프 제국’의 영속성이다. 그는 연준(Fed)을 압박하고 언론을 적대시하며, 모든 권력기관을 자신의 발아래 두려 한다. 톈탄의 원구단 중앙에 서서 시진핑과 악수하는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워싱턴의 의회 권력이 아닌 인류 역사를 호령했던 제왕들의 초상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게 이번 회담은 단순히 대두와 보잉기를 파는 장사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으로부터 ‘미국의 패권과 트럼프의 권위’를 인정받는, 현대판 ‘조공(朝貢) 체제’의 역전을 의미한다.
시진핑 역시 ‘시황제(始皇帝)’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덩샤오핑 이후의 집단 지도 체제를 무너뜨리고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했다. 그가 주창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과거 당·청 제국의 영광을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선언이다. 톈탄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천하(天下)’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서방을, 중국은 동방을 다스리는 ‘양황제(兩皇帝) 체제’의 묵시적 승인이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트럼프는 오직 단 하나의 태양(Pax Americana)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도량형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아 제국의 기틀을 닦았듯, 오늘날 두 황제는 관세 장벽을 쌓고 반도체와 달러의 표준을 무기로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고 있다. 톈탄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 흐르는 긴장감은, 바로 이 두 ‘절대권력’이 부딪히는 불꽃이다.
과거 황제들은 가뭄이 들면 톈탄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자신의 부덕함을 자책했다. 오늘날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주한 가뭄은 바로 ‘유동성의 폭주와 인플레이션’이다. 3.8%라는 미국의 CPI 숫자는 트럼프에게 하늘이 내린 준엄한 경고장과 같다. 이번 톈탄 회담에서 두 황제가 ‘무역 전쟁의 종결’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제물(祭物)을 바치지 못한다면, 전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