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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CPI 물가 3.8%와 연준 FOMC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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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CPI 물가 3.8%와 연준 FOMC 금리인상

미국 소비자물가 CPI/자료=미국 노동부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소비자물가 CPI/자료=미국 노동부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의 서사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전 세계 자본 시장을 얼어붙게 하였다. 이는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3.4~3.7%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 지난 3월의 3.3%에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의 상태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3.8%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적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정책의 기조 자체가 뒤바뀌는 ‘거대한 전환점(Great Pivot)’으로 작용할 수 있다.

4월 CPI 쇼크 그 중심에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견고한 내수 경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란 전쟁의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발행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 유가의 폭등은 가솔린 가격과 전력 요금을 강하게 밀어 올렸다. 4월 한 달간 에너지 물가는 헤드라인 CPI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압박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증명하였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조절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의 전형이다. 주거비(Shelter)와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도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CPI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여전히 끈적하게(Sticky) 고착되어 있다. 임대료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타이트한 노동 시장에서 비롯된 임금 상승은 의료, 운송 등 서비스 물가를 전방위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서비스 요금으로 전이되는 ‘2차 파급 효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3.8%라는 수치가 확인된 순간, 시장이 품어온 연내 금리 인하라는 ‘장밋빛 환상’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제 1970년대의 아서 번즈와 폴 볼커라는 두 갈래 길목에서 중대한 결단을 강요받게 되었다. 과거 1970년대 아서 번즈는 물가가 완전히 잡히기도 전에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금리를 내렸고, 그 결과 미국은 10년이 넘는 대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 핌코(PIMCO)의 다니엘 이바신 CIO가 경고한 바와 같이 현재의 연준은 아서 번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금리 인하 불발’을 넘어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CPI 쇼크는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발작은 협상의 주도권을 흔드는 변수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대중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대두(Soybean)와 에너지 구매 확약을 통해 공급망 안정을 꾀하는 ‘실용적 대타협’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제 경제 정책은 ‘AI 보조금’이나 ‘인프라 투자’와 같은 확장적 기조에서, ‘인플레이션 통제와 금융 시장 안정’이라는 Crisis Management(위기 관리) 모드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 케빈 워시가 제안한 ‘인플레이션 지수 개편’ 논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지수 산정 방식을 손질해서라도 시장의 기대를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그만큼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공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점화됨에 따라 글로벌 자본은 다시금 안전 자산인 달러로의 ‘역류’를 시작할 것이다. 달러 인덱스(DXY)의 고공행진은 원화와 엔화 가치를 동시에 압박하며 아시아 금융 시장에 ‘제2의 통화 위기’에 준하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코스피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이 인플레이션발(發) 금리 공포와 ‘AI 수익 재분배’라는 정책 리스크에 노출되며 8,000 포인트 문전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금리 상승은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와 자산 가치의 할인율 상승을 의미한다. 기술 초격차가 금리 인상의 파고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 증시는 당분간 차가운 ‘역금융 장세’를 견뎌야 할 것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던진 메시지는 시장의 통화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유 부총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그간 중동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견지해온 한국은행이 공세적인 매파적 입장으로 급선회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유상대 부총재의 이러한 전격적인 입장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첫째는 물가 상승 압력의 고착화다. 유 부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치인 2.2%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며, 정부의 유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저의 물가 압력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둘째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추가 인상하더라도 경기 침체를 방어할 수 있다는 체력적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대 부총재의 발언은 오는 5월 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순한 동결을 넘어, 금리 인상을 향한 구체적인 시그널(점도표 상단 상향 등)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이는 코스피 7,000시대를 맞이한 금융시장에 자산 가격 거품에 대한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실질적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연준(Fed)의 정책 방향이 케빈 워시 내정자 등의 변수로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이례적인 선제적 인상 경고는 향후 국내 거시경제 흐름을 결정지을 최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 생존을 위한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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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물가 CPI/자료=미국 노동부


3.8%라는 수치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잔혹한 2차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라는 신기루에 기대어 세웠던 모든 전략을 폐기하고, ‘초고금리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위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연준의 금리 항로는 바뀌었으며, 글로벌 경제의 기조는 이미 뒤집혔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