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제공한 서울시, 발 뺀 코레일 향한 원망 높아
“용산 역세권 개발 무산이 확정되면 경매와 명도 소송 등으로 서부 이촌동은 아수라장이 될 겁니다.”
(서부 이촌동 동의자 협의회 김 찬 총무)
“2190일 동안 포로로 잡혀 있었던 겁니다. 특히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떠날 곳이 없어 남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책 마련해 주지 못하면 여기서 죽어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가 협의회 신명희 위원장)
[글로벌이코노믹=편도욱기자] 오는 5일 용산역세권사업 최종 청산을 앞두고 찾은 서부 이촌동 거리는 한산했다. 낡은 상가는 대부분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곳곳에 걸쳐 있는 용산 역세권 관련 현수막을 제외하곤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모습이었다.
중앙우체국, 용산차량기지, 한솔제지 등이 인접해 한 때 하루 유동인구가 3000명이었던 서부 이촌동 거리는 용산역세권 사업지로 지정 된지 7년 만에 완전히 ‘죽은 상권’이 돼 버렸다. 하지만 죽은 상권과는 달리, 서부 이촌동 사람들은 역세권사업으로 인한 상처로 들끓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과욕이 부른 실패작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코레일은 당초 용산차량기지 부지에 한해 개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와 연계 개발된 통합개발 추진으로 인해 서부이촌동이 포함되면서 용산 한강로3가 일대 51만 5483㎡ 부지에 총 사업비 31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전된 것.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급변, 사업 자금을 마련에 차질이 빚으면서 통합 개발은 오는 5일 최종적으로 청산될 예정이다. 사업 청산의 ‘악역’을 맡은 건 사업 최초 추진자였던 코레일.
이 과정 속에서 서부 이촌동은 배후수요가 됐던 중앙우체국과 용산 차량기지 등이 개발 계획에 의해 이전되면서 상권은 망가지고 각 건물들은 7년 동안 방치돼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국제업무지역으로 화려한 비상을 꿈 꿨던 서부 이촌동은 날개가 녹는지도 모르고 태양을 향해 날아 올랐던 이카루스처럼 추락한 셈이다.
이촌동 내에 B부동산. 문 앞에는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급매물들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그 사이에 반갑게도 ‘급매물 찾습니다’란 문구가 붙어 있어 물어보니 멋쩍은 듯 급매물 소진을 위한 일종의 유인 광고라고 한다. 급매물을 찾는 사람도 이제는 팔려는 사람도 부동산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B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현대 아파트고 대림아파트고 서부 이촌동 아파트들은 최고점 대비 딱 반값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상가들은 이미 30~40%가 공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도 가도 못하게 막아 놓은 개발 사업이 동네를 망친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년 전 개발 초기에는 230여 가구였던 상가 세입자들은 현재 다 빠져 나가고 150가구가 남은 상태다. 망가진 상권에서 더 이상 영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100여가구는 입주권과 보상권리를 포기하고 정든 서부 이촌동을 등졌다.
상가 협의회 신명희 위원장은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단점유자”라며 한숨부터 쉰다. 보상협의까지 이 지역에 남아 있어야 상가 입주권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서울시의 말만 믿고 버티다 보증금 다 까먹고 집세를 수개월째 못 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신명희 위원장은 “서울시가 세입자 지원을 몇 십억 했다고 하지만 지원 대상이 신용등급이 높은 일부 세입자여서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오지도 않았다”며 “지금은 발 뺀 코레일도 원인 제공한 서울시도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5일 용산 역세권 개발이 최종 청산되면 이곳 상가 세입자들은 원인 제공한 서울시를 대상으로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부 이촌동 동의자 협의회 김 찬 총무는 “남겨진 사람 중에는 이주비를 믿고 대출을 받았다가 현재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5일 사업 최종 청산 결과가 나면 사업 추진 여부를 기다리며 보류돼 왔던 일부 은행의 경매 절차가 진행되면서 봇물 터지듯 길거리에 나 앉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이촌동의 경우 가구당 평균 3억이 넘은 은행 대출을 받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우리의 안효상 사무국장을 만나기 위해 용산차량기지 부지 인근에 위치한 법무법인 한우리의 임시 사무실을 찾았다.
법무법인 한우리는 서울시와 드림허브ㆍ코레일 등을 상대로 가구당 3000만원의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했지만 현재까지 참여한 가구는 서부이촌동의 총 2200여 가구 가운데 887가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최소 참여 가구 수인 1000가구까지 113가구가 남은 셈이다. 한우리의 박찬종 변호사가 처음 소송 참여자를 모집했을 때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결과다.
안효상 사무국장은 소송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로 생활고와 소송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실제로 현재 남겨진 서부 이촌동 주민들은 대부분 생활고로 인해 소송 참가 비용 30만원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 참가자 모집이 어려운 이유였다.
하지만 5일을 기점으로 소송 참가자 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찬 총무는 “사업이 최종 청산되면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는데 30만원을 아까워할 이유가 있겠는가”라며 “소송 참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막판까지 몰린 서부 이촌동 주민들은 지금까지 입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용산 역세권 개발은 결국 신용불량자만 생산해 낸 제2의 용산 참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