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위주의 매매전환 늘어나...전셋값 상승폭은 설연휴이후 더 커질듯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올라가면서 매매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 밀집된 재건축 이주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점점 늘고 있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강남권 진입이 수월한 ‘판교-분당-수지-광교’ 등 이른바 신분당선 라인이 새로운 차선책으로 떠오르고 있다.이들 지역은 신분당선으로 강남까지 10분대 또는 20~30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현재는 분당 정자역에서 판교를 거쳐 강남까지만 운행하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는 용인 수지를 거쳐 광교신도시까지 확대된다. 이미 집값에 선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특히 수지와 광교지역 주민들은 올해 말부터 2기 신분당선 시험운행이 시작되면 다시 한 번 집값과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의 매매값과 전셋값 동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 주말 현장에 나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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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교 “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개발호재로 주변 아파트값 올라...전세물건은 여전히 부족”
판교는 강남역서 신분당선을 타고 14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다. 2008년 첫 입주이후 7년여가 흐른 지금 일부 중대형 고가아파트를 제외하고 대부분 분양가대비 2배가량 집값이 오른 상태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비롯한 다양한 개발호재들이 접목되면서 분양당시 ‘로또’라는 명칭이 따라붙었을 정도였다.
현재는 동판교가 매매값, 전셋값 모두 서판교를 앞서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매매값은 30평형대 기준으로 2억원 전후, 전셋값은 1억원 전후 동판교가 비싸다. 여기엔 신분당선 판교역과 현대백화점, 테크노밸리 등 동판교에 지하철과 중심상권이 형성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동판교 A중개업자는 “현재 이 지역은 스트리트형 메인 중심상가라 할 수 있는 ‘에비뉴프랑’ 주변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며 “오는 8월 오픈하는 현대백화점과 11월 입주하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알파돔시티’까지 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이라 한번 오른 집값이 잘 내려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에비뉴프랑 근처의 휴먼시아 7단지의 경우 30평대 매매값은 9~10억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전셋값은 매물이 사라지면서 7억5000만~8억원까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단지내 롯데마트를 끼고 있는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경우엔 30평대가 입지에 따라 10~12억원까지 실제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푸르지오 인근의 B중개업자는 “중심부와 다소 떨어져있는 풍성신미주의 경우에도 30평대 매매값이 6억5000만원까지 오르고, 전셋값은 5억원대 초중반까지 부른다”며 “현재 일부 반전세나 월세 외에 전세매물은 예약까지 걸고 대기하는 상태라 그날 나오면 그날 계약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여기는 서울 재건축으로 인한 세입자가 이주비를 받고 이동한다기보다 기존 서울 강남에 살던 전세입자나 주인들이 전세매물이 없다보니 이쪽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며 “재건축으로 인한 세입자들은 오히려 판교보다는 분당이나 수지 등으로 더 많이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동구나 서초구 등에서 재건축 이주비를 많이 받아봐야 5억원 이내기 때문에 판교 전셋값이나 매매값을 알아보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분당이나 수지, 광교 등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동판교 휴먼시아에 살고 있다는 현 모씨(68세)는 “나도 압구정동에서 이쪽으로 이사왔지만 이쪽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상당수 있다”며 “처음 한번은 전세 재계약을 하다가도 개발되는 게 점점 보이니까 요즘에는 매매로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양지영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실장은 “아직까지 판교 아파트값이 서울 전셋값으로 인해 크게 움직이고 있진 않지만, 3월 이후 재건축 이주수요가 본격화되면 도미노현상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미 신분당선의 호재 등이 반영돼 분양가대비 두 배가량 집값이 뛴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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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리모델링 기대 가라앉아...집값은 소강상태, 전셋값은 상승폭 확대”
판교 옆 분당도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작년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기대가 일부 나타나 매매값이 반짝 오르긴 했지만 현재는 소강상태다. 미금역 주변 아파트의 경우 30평대 매매값은 작년 1000만~2000만원가량 상승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일부 실거주 수요를 제외하면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편은 아니다.
미금역 인근 C중개업자는 “지금 매매는 전세를 끼고 사는 투자수요는 거의 없고, 실수요를 위한 거래문의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작년에도 30평대 이상보다는 20평대 이하가 3000만 원정도 오른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전세는 여기도 재 계약률이 70%이상이기 때문에 물건이 없어 작년 12월이전만 해도 30평대 기준 3억5000만원 이하였지만, 올 들어 두 달 만에 3000만 원가량 올랐다”고 덧붙였다.
미금역 주변 까치마을에 살고 있다는 자영업자 한 모씨(44세)는 “주민들 사이에서 리모델링은 투자호재로 물 건너간지 오래”라며 “현재와 같은 불경기에 리모델링이 추진된다고 해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부담금까지 생각하면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정자역 신분당선 인근의 파크뷰 아파트는 현재 33평대기준 전셋값이 7억원 전후로 매매값(8억원 전후)의 87%까지 올랐다. 파크뷰는 정자역 주변아파트 중에서도 가장 고가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작년 가을만 해도 33평대 전세는 6억3000만원 전후였지만 현재 세입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재계약을 많이 하다 보니 서너달 새 7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파크뷰 주변의 D중개업자는 “서울에서 전세문의가 많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매매문의는 실거주 위주가 대부분이라 크게 움직이고 있지는 않다”며 “작년 말부터 급매가 서서히 빠지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설 이후엔 지금보다는 집값이 다소 뛸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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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작년 전국서 집값 상승폭 최대...미분양 물량 해소, 전셋값도 상승중”
용인 수지는 분당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작년 집값이 전국에서 최고로 뛰었다. 물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버블세븐 지역 중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영향이 컸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집값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수지는 부동산 경기침체 때 집값하락이 가장 심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회복세도 빠른 분위기”라며 “내년 개통될 신분당선의 호재가 이미 선 반영되기도 했지만, 미분양 물량이 상당부분 해소돼 입주물량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지 동천동의 E중개업자는 “40평대 이상보다는 30평대 아파트값이 점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셋값과 매매값이 차이가 별로 없다보니 대출을 받더라도 이참에 집을 사자는 실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세는 작년 가을보다 3000만~4000만원 올랐는데도 거래가 잘 되는 편이지만, 매매는 철저히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많다”며 “아직까진 서울쪽에서 내려오는 수요가 눈에 뛸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분당 쪽에서 전세물건이 없어 넘어오는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수지 동천동에서 가장 고가아파트라 할 수 있는 래미안이스트팰리스의 경우에도 30평형대 매매값이 이전 5억7000만~5억8000만원 사이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6억원대 초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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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작년 신분당선 역세권 중심으로 아파트값 크게 올라...현재는 소강상태”
수지에서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2기 신분당선의 끝자락에 위치하는 광교신도시가 나온다. 광교는 분양당시엔 일부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현재는 분양가대비 대부분 아파트가 가격이 오른 상태다. 예전 원천유원지가 광교 호수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용인-서울 고속도로와 신분당선 등 교통호재와 분당을 대체할 신도시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현대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이 400대 1이상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계약도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일부 테라스 세대의 경우에는 800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현재 5000만원 전후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다만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작년 가을이후 대부분 5000만원 전후 매매값이 올라 현재는 다소 저항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전셋값은 작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고 올 들어서도 두 달 만에 2000만~3000만원(30평대 기준) 가량 올랐다.
광교 상록자이 인근의 F중개업자는 “신분당선 역세권인 신대역이나 도청역 주변을 중심으로 매매값이 오른 상태지만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라며 “전세물건은 여전히 부족해 시간이 갈수록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광교신도시가 수지에 비해 매매값이 단기간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전셋값이 오른다 해도 매매값 상승이 크게 뒤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분당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분양권이 저렴한 단지들은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수지나 광교는 내년 개통되는 신분당성의 영향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전셋값이 매매값에 근접하자 부동산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판교나 분당의 집값이 오른다 해도 일반 투자수요보다는 철저한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