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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의 갑질? ‘현대엠코’ 입주예정자들 행정소송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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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의 갑질? ‘현대엠코’ 입주예정자들 행정소송 맞불

위례 현대엠코 입주예정자들 브랜드변경 동의서 받아 소송 준비중...현대엔지니어링 측 “법적인 문제없다며 원칙만 고수”
위례 현대 엠코타운 1차 플로리체/사진=입주자협의회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위례 현대 엠코타운 1차 플로리체/사진=입주자협의회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우리는 단종된 차를 산거나 다름없어요. 신차를 계약하고 출고 받기도 전에 브랜드가 사라졌다면 이건 회사 책임입니까 저희 책임입니까”

올해 말 위례신도시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현대 엠코타운 플로리체 입주예정자 대표인 이용청 씨는 요즘 입주예정자들의 동의서를 받아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이 씨가 대표로 있는 1차 엠코타운(970가구) 뿐만 아니라 2차 엠코타운인 센트로엘(673가구) 입주예정자들도 가세했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문을 보내 ‘힐스테이트’로의 브랜드 변경조건을 4가지 제시하면서 이러한 조건이 선결되지 않으면 법적인 절차의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며 “법적으로 상법상 합병양수인은 이전 회사의 모든 권리를 양수 승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도 현대엠코와의 분양계약과 관련해 수분양자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4월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하면서 9월 이후 신규 분양하는 단지에 대해서만 ‘힐스테이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전 분양단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단지에 대해서도 기존 ‘엠코‘ 브랜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민들은 합병을 통해 기존 브랜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 사라져버렸는데도 ‘엠코’를 사용하라는 것은 향후 브랜드가치와 부동산시세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내건 4가지 선결조건은 우선 소유자의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통한 후 실소유자로 구성된 관리단이 관할기관에 신청을 할 것과 브랜드 소유자의 동의를 얻고 브랜드 변경에 부합하는 실체적, 유형적 변경이 있을 것, 명칭변경으로 인해 인근 아파트의 명칭에 혼돈을 주는 등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해말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위례 현대 엠코타운 입주자협의회에 보낸 공문 중 일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말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위례 현대 엠코타운 입주자협의회에 보낸 공문 중 일부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 4가지 조건은 2007년 3월 아파트명칭거부처분 취소소송의 판례를 인용한 것으로 이는 과거 메탄 현대홈타운 재건축 당시 현대 힐스테이트 변경을 요구한 경우와 롯데 낙천대아파트에서 롯데캐슬로 변경을 요구한 경우의 판례로 이들 모두 관공서의 명칭 거부에 대하여 아파트명 변경을 인정해준 사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군다나 준공허가 전에 발생한 아파트명칭 변경의 경우에는 아파트입주 후 대다수가 폐기된 브랜드를 사용하려는 것이 사회 경험상 소수의 의견에 불과할 것이라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신규분양 아파트의 경우 다른 사례와는 달리 재건축으로 인한 외형적 변경 없이 신규로 발생한다는 점으로 볼 때 이 조건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초 내곡 현대 엠코타운 입주민들도 힐스테이트로의 변경을 원하고 있다. 현재 입주자대표를 뽑는 선거 중에 있으며, 입대위가 구성되는 대로 1차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측과 브랜드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말 입주예정자 신분으로 주민들 의견을 모아 현대엔지니어링에 브랜드 변경을 요청한 민경한 대표는 “당시 80%이상의 찬성률로 현대엔지니어링에 브랜드명칭 변경을 요청했지만, 당시 회사 관계자가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세대당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초 내곡 '현대 엠코타운'...지난 1월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 아파트 외벽에 브랜드 명칭을 못 붙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서초 내곡 '현대 엠코타운'...지난 1월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 아파트 외벽에 브랜드 명칭을 못 붙이고 있다.
민 대표는 “우리는 엠코로 분양할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합병될지 전혀 예상을 못했고, 자기들 내부적으로 합의한 사항을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만 펴고 있다”며 “현재 우리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현대엠코나 힐스테이트로도 벽면을 도색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작년 우리가 힐스테이트 변경요청 건에 대해 4가지 조건을 제시한건 앞선 판례에 근거한 것으로 당시 브랜드 변경을 받아들인 단지도 있고 안 받아들인 단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년 9월 신규분양부터 힐스테이트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랜드 소유권이 현대건설에 있어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설사 힐스테이트로 변경이 이루어지더라도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라 예시적으로 비용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현재로선 우리도 더 이상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용청 대표는 “현대엠코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브랜드 변경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며 “현대엔지니어링 논리라면 우리도 분양당시에 엠코라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분양가를 책정 받은 셈인데 이제 와서 사라진 것은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다수 입주예정자들은 회사 측이 힐스테이트로 변경을 안해주면 엠코라는 브랜드도 버리고 ‘플로리체’라는 명칭만 가져가길 원한다”며 “단종된 브랜드를 가지고 가봐야 브랜드 가치만 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 입장도 있겠지만, 브랜드 사용료에 대해 입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입주민들이 보기엔 현대엔지니어링이나 현대엠코, 현대건설 등이 모두 한 그룹에서 나온 한 회사로 볼 수밖에 없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브랜드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는 만큼 향후 입주예정단지의 경우엔 브랜드 변경을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브랜드가치평가 전문기관인 브랜드스탁 관계자는 “건설사 빅5 브랜드라고 하면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e편한세상, 힐스테이트 등이 포함된다”며 “중소업계 브랜드나 사라진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브랜드 가치가 틀려지기 때문에 같은 입지와 같은 평형대라도 시세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브랜드 가치는 고객들의 인지도와 호감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판단하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가 주는 영향이 가격에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인웅 기자 ciu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