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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한전사장의 ‘전기요금개편’ 의지, 정부에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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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한전사장의 ‘전기요금개편’ 의지, 정부에 통할까

연료비연동제·기후환경요금 신설부과 공감대 커져 연말 개편안에 포함 가능성 커
유가 하락 따른 영업익 흑자전환, 文대통령 ‘탄소중립’ 선언도 개편 현실화에 긍정 작용
업계 “내년 서울·부산 재보선 앞두고 야당 전기요금 공세 우려 섣불리 개편 힘들 것‘”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 확대보기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연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전력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청사진이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시장원리에 맞는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강조해 온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변화요금 신설’을 시사했지만, 인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내년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요금인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개편안을 서둘러 승인할 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17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6월 공시했던 내용에다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변동성 등을 반영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연말까지 마련해 정부 인가를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1일 김종갑 사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마지막 토론회로 불린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대한전기협회 공동주최 ‘전기요금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연료비 연동제·기후환경요금 별도부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에너지 분야 국가 최상위 정책인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연료비 등 원가변동 요인과 외부비용이 적기에 반영되는 요금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언급한 뒤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연료비의 변동요인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 중”이라고 연료비 연동제 관철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김 사장은 “최근 대통령께서 ‘기후환경 비용을 반영하는 전력공급체계 마련’을 직접 말씀했다”며 청와대의 의중임을 강조하며 “해외 많은 국가에서도 기후환경 요금을 별도로 부과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기후환경요금 신설 방침도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지산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위해서는 유가 하락으로 전기요금 인하가 가능한 지금이 큰 논란을 불러오지 않을 시점”이라며 김사장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힘을 실어줬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연제 연구위원 역시 전기요금에 별도의 기후환경요금을 부과하는 해외사례를 언급하면서 “전기요금 또는 별도기금을 신설해 소비자에게 기후환경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전력기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과·징수하는 준조세이나, 올해 전력기금의 절반 가량인 48.74%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사용됐다”며 정부가 전력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력기금은 지난 2001년 처음 조성돼 지난해 말 기준 4조 4700억 원 규모 조성돼 있다.

구 의원은 이를 근거로 전력기금 부담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한전과 토론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전의 요금개편안에 담길 가장 유력한 내용으로 ‘연료비 연동제’가 손꼽힌다.

올들어 1~9월 한전의 전체 영업비용 40조 7244억 원 중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총 23조 7252억 원으로, 국제 연료가격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는 비용이 전체 비용 중 60%를 차지했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 폭락이 빚어지자 지난해 1조 4000억 원 영업적자에 허덕였던 한전은 올해 1~9월 기준 3조 2000억 원 영업흑자를 누리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수조 원대의 영업이익 변동성을 줄임으로써 경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한전이 수년 간 스마트계량기(AMI) 보급사업을 전개하며 준비해 온 ▲주택용 계절별·시간별(계시별) 요금제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산업용 경부하요금 ▲특례할인제도 관련 개편안도 담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 2050’ 선언과 지난 16일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연설로 부각된 ‘기후환경요금’, 야당인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등이 제기한 준조세 성격의 ‘전력사업기반기금’등도 거론 대상이다.

지난 16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해 “시간이 꽤 남았다고 다음 정부에 전가하지 않고 우리 정부에서 확실한 기틀을 잡아야 한다”고 확인해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과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요금 개편안을 승인할 지 가능성을 놓고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는 도시가스에 비해 전기요금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큰데다 자칫 전기요금 개편이 국민들에게 사실상 ‘전기료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반대여론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 2011년 도입됐다가 물가 상승의 우려로 2014년 5월 폐지된 전례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개편은 산업부에 인가권이 있다”고 못박은 뒤 “한전이 개편안을 마련해 오면 그때 가서 한전과 협의할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산업부 역시 한전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몰고 올 여론의 향배를 의식해 섣불리 개편 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