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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있으면 전월세 안된다? 집주인-세입자 배려와 상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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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있으면 전월세 안된다? 집주인-세입자 배려와 상생 필요

세입자에 '반려동물 금지' 요구하는 집주인 많아...중개인도 사전확인 하는 추세
몰래 키우다 '계약 위반' 쫓겨나기도...'반려동물=시설 훼손, 민원 발생' 인식 탓
세입자도 시설관리 최선 신의성실 준수해야...계약서 특약 활용 '상호존중' 해결
최근 반려동물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늘고 있어 대안이 시급하다. 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반려동물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늘고 있어 대안이 시급하다. 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최근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던 중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를 보고 구조나 인테리어 등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려 했다. 그런데 집을 소개한 공인중개사가 혹시 애완동물 키우냐고 묻자 '강아지가 있다'고 대답하니 그럼 계약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가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임대인이 싫어해서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파주시에서 서울로 이주해야 하는 B씨는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아 서울 인근인 향동이나 지축으로 옮긴 후 지하철로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해당 지역에 의외로 새 아파트가 있어 다행스런 마음으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매물이 많지 않아 어렵게 구해 직접 가 본 결과 마음에 들었다. B씨가 계약 의사를 밝히자 집주인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안된다는 조건을 붙이자 B씨는 반려동물로 피해가 발생하면 원상복구해 놓고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집주인은 '무조건 안된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여 결국 계약을 포기하고 말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C씨는 전세 계약 때 반려동물 동거 여부를 미리 알리지 않고 이사한 뒤 몰래 개를 키우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쫓겨난 사례이다. C씨는 아파트 전세 계약 당시 혼자 산다고 말했지만 입주한 뒤에 반려견 한마리를 키웠다. 더욱이 출근 뒤 반려견이 혼자 있는 것을 걱정한 C씨는 반려견 한 마리를 더 들여왔다. 집주인이 방문할 일이 없어 반려견과 행복한 동거가 탄로나지 않았지만 C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월세를 밀리게 되자 독촉하러 온 집주인에게 그만 반려견 동거사실이 노출되고 말았다. 집주인은 계약위반을 내세워 C씨를 내보냈다.
새 아파트 등 신축건물에 전세 입주를 하려다 반려동물 동거 문제로 마찰을 빚거나 아예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발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 규모가 지난 2015년 457만 가구에서 지난해 591만 가구로 30% 크게 늘었고,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면서 임차인(세입자)과 임대인(집주인) 사이에 아파트 등 전·월세 임대 계약 시 '반려동물'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거래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을 고지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 상대방에게 해당 사정을 사전에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원칙이다. 고지의무 대상에는 법 규정뿐 아니라 계약과 사회관습의 내용도 포함된다.

하지만 임차인의 입장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임대인이 반려동물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임대를 반대하는 입장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최근 반려동물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늘고 있어 대안이 시급하다.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반려동물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늘고 있어 대안이 시급하다.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새 아파트의 경우 일정 기간 후 매매 목적으로 임대할 경우 원상태로 잘 유지돼야 거래에서 좋은 가격 등을 받을 수 있는데 개나 고양이 반려동물의 동거로 시설이 훼손된다면 집주인 입장에선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정책 등으로 가뜩이나 매물이 없는 상태여서 가급적 거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세입자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면 집주인들이 싫어해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전월세 거래 뒤에는 매매를 염두에 두고 거래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개 중개사무소는 집주인의 거부감을 알고 있어 반려동물이 있는 세입자와 거래 자체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있을 경우 집이 오염·훼손 된다는 임대인의 시각도 문제이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임차인들도 스스로 시설 관리를 철저히 하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세입자(임차인)가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권리만 내세우지 말고 재산권을 잘 관리하고 보호하려는 집주인의 생각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반대로 집주인(임대인)도 반려동물이 있으면 무조건 집이 훼손된다는 시각보다는 특약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 자세가 요구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반려동물문화가 대중화 돼 가는 추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주인도 많은 만큼 세입 조건에 반려동물 금지를 내세운다면 매우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를 존중하는 상생의 자세가 성숙한 주거문화와 반려동물 문화를 이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환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gchoi@g-enews.com